트럼프 'WHO 탈퇴' 선언에 재진출 기대하던 대만 '난처'
대만 밀어주던 미국 없이는 재진출 동력 약해질 가능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손아귀에 있다'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대만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을 거둔 것을 계기로 숙원인 WHO 재진출을 이뤄내는가 했는데 믿었던 '뒷배'가 사라질 수 있는 돌발 변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3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WHO와 결별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이후 대만에서는 미국의 WHO 이탈 선언이 초래할 결과를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그간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우방국을 끌어들여 대만의 WHO 옵서버 복귀를 강력히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부재가 대만의 WHO에 복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어렵게 이 기구에서 역할을 얻어보려던 대만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은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기에 WHO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이후 사실상 중국에 의해 다시 쫓겨난 바 있다.
최근 대만의 WHO 재참여 문제는 중국과 대만, 중국과 미국 사이의 뜨거운 대결 지점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계기로 대만이 다시 WHO 옵서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만을 도와 각국을 설득하던 반면, '수복 대상 지역'인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중국은 기를 쓰고 이를 막으려 한다.
WHO 재참여는 날로 좁아지던 국제사회 내 활동 공간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만에는 외교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를 이뤄내면 차이 총통의 재임 기간 중의 대표적 치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만 정부는 미국의 결별 선언과 관계없이 WHO 재참여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쑤정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대만을 WHO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세계의 코로나19 방역에 공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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