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폭력시위 배후 논란 '안티파'란…"테러단체 지정 어려워"
파시즘 등 극우 반대하는 극좌파…정부 신뢰않고 무기사용 정당화
트럼프는 테러단체 지정 엄포…응집된 조직 못돼 폭력 배후 '물음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쓰는 가운데 '안티파'(Antifa)라는 단어가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탈, 방화 등 폭력사태로 번진 사위의 배후 중 하나로 '안티파'를 지목하며 이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로, 극우인 신(新)나치주의와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포괄하는 말이다.
정부나 경찰을 신뢰하지 않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특징도 있다.
안티파는 1세기 전 유럽에서 기원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항해 게릴라전 활동을 벌이며 힘을 얻었다. 미국의 안티파는 극우와 싸우기 위한 70~80년대 영국과 독일의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관련 저서를 집필한 럿거스대의 역사학자 마크 브레이는 회원들이 혁명적이고 반독재적인 관점을 옹호하지만 존재를 곧바로 알아차릴 정도의 계급 구조나 보편적 전술은 없다고 말한다.
WP도 수가 적고 조직이 분산돼 있다며 전국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가장 합심해서 노력했을 때도 겨우 200명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018년 보고서에서 안티파 문헌상 추종자들이 합법적 시위뿐만 아니라 좀 더 대립적인 행동도 추구하도록 조장한다고 적었다.
또 추종자들이 백인우월주의자 활동 감시, 적으로 인식된 이들의 온라인상 개인 정보 공개, 자기방어 훈련법 개발, 파시스트 성향의 연설 및 행사 취소 강요 등 활동을 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안티파와 관련된 이들은 지난 3년간 종종 공공장소에서의 싸움과 재산 피해를 포함해 큰 시위에 참석했다고 AP는 전했다.
일례로 이들은 2017년 여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행진에 반대하기 위해 동원됐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극우단체와 반복적으로 충돌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가 이번 폭력 시위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안티파가 폭력을 부추기며 테러행위에 관여한다"고 비난하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1일 브리핑에서 안티파를 "이번 시위에서 비중이 큰 부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안티파의 개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AP의 설명이다.
브레이는 "안티파와 관련된 이들이 시위에 참여하지만 공식적인 회원 명단이 없고 강압적 방식으로 동원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수 있을까.
우선 안티파는 별개 조직이거나 중앙집권화한 조직이 아니어서 어떻게 지정할지가 명확지 않다. 설령 미국 내에 안티파의 실체가 있다고 해도 국무부가 지정하는 해외 테러단체 리스트에는 포함될 수 없다.
AP는 "특히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내 테러행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주기적으로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단일한 법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국내외 테러행위를 규정한 형법의 관련 조항을 언급했지만, 테러행위로 규정하는 것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AP는 지적했다.
WP는 "법률상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방식으로 평화로운 시위대도 안티파로 융합시키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우려를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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