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퇴진·민주주의 수호' 촉구 선언 지지 확산
전직 대법관·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 참여…초당파적 운동 전개 관심
'부패수사 상징' 모루 전 법무 "보우소나루, 무장폭동 부추겨" 맹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하는 주장이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면서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최근 수일간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비난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에 공감하는 댓글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직 대법관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선언'에 참여하거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초당파적 참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SNS에 '함께 가자 운동"이라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발적 모임이 결성돼 사흘 만에 22만4천여명이 서명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법학 교수를 포함한 법률 전문가 720여명이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 아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밖에 '군과 민주주의'라는 단체는 군부를 향해 민주주의 존중을 촉구하는가 하면, 현직 법관과 검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사법부 존중과 연방검찰총장 복수 추천제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브라질 언론은 이번 주말까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민주주의 수호 선언'이 잇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1980년대 중반의 '지레타스 자'(Diretas ja, '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 당시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말기인 1984년에 절정에 달한 '지레타스 자'는 군사정권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내 브라질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시민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우수 지 멜루 선임 대법관은 현재의 브라질 정국을 아돌프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 비유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를 증오하면서 군사독재를 원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 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무장폭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모루 전 장관은 전날 발표한 개인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사실을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주지사와 시장들이 내린 사회적 격리 조치에 반대하는 무장폭동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모루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에 정보·수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를 거부하는 연방경찰청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했다고 반발하며 4월 24일 전격 사임했다.
모루 전 장관이 대통령 직권남용을 사임 이유로 제시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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