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은 나가세요" 한마디에…약탈·방화없는 평화시위로

입력 2020-06-02 09:47
수정 2020-06-02 18:14
"외지인은 나가세요" 한마디에…약탈·방화없는 평화시위로

흑인 인구 절반인 뉴어크…시민의식 빛난 주말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폭력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자 뉴저지주(州) 뉴어크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뉴욕에서 20여㎞ 떨어진 뉴어크는 28만명의 인구 중 절반이 흑인, 36%가 라틴계 미국인이다. 백인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인구의 구성상 방화와 약탈 등 미국 다른 도시에서 목격된 폭력 시위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1967년 뉴어크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은 5일간 26명의 사망자를 기록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1만2천명의 시민이 뉴어크 시내에서 행진을 시작하자 지역 경찰엔 비상이 걸렸다.



흑인인 뉴어크 시장까지 참가한 행진 자체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행진에 참여했던 한 백인 남성은 방망이로 도넛 가게의 유리창을 깨뜨리기도 했다.

행진이 끝난 뒤엔 1천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뉴어크 경찰서 앞으로 몰려갔다.

시위대의 경찰서 진입을 막기 위해 인근 도시에서도 경찰관들이 급파됐지만, 시위대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졌다.

욕설과 함께 경찰관을 향해 빈 병을 던지기도 했고, 주차된 경찰 차량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대도 더 선을 넘지 못했다. 흑인 사회의 지도자들이 경찰과 함께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도 시위대를 체포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위대 사이에서 "외지인은 현장에서 떠나 달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고, 대치가 시작된 지 4시간여만인 오후 10시 30분께 시위대가 해산했다.

결국 뉴어크의 주말 시위는 우려와는 달리 체포자도 없었고, 약탈이나 방화도 없이 막을 내렸다.

인근 뉴욕에서 수백명이 체포되고 수십명의 경찰관이 다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목할만한 결과라는 것이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뉴어크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앞에 시위대가 몰려왔을 때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은 현장에 와서 경찰을 도왔다"며 지역사회에 공을 돌렸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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