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5%냐,그냥 5%냐" 등록임대 단속 앞두고 임대료 증액기준 논란

입력 2020-06-01 05:31
"연5%냐,그냥 5%냐" 등록임대 단속 앞두고 임대료 증액기준 논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의 공적 의무 이행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내달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의무인 임대료 인상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전 임대료보다 5% 이상 증액한 임대사업자를 적발해 과태료 등을 부과할 방침이지만 과거 민간임대특별법에 규정된 임대료 증액 상한이 '연 5%'였다가 작년 2월에야 법이 개정돼 '5%'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일 주택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임대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국토부의 일제 점검을 앞두고 임대료 증액 등 공적 의무 이행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임대료 인상 기준이다.



현행 민간임대특별법은 임대사업자가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는 한도를 '임대료의 5%'로 한정하고 있다.

임대료를 올려 계약을 갱신하려면 직전 계약 임대료의 5%를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원래 '임대료의 5%'가 임대료 증액 기준이 아니었다.

작년 2월 개정돼 시행된 민간임대특별법에서부터 임대료의 5%였을 뿐, 과거에는 계속 '임대료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 연 5%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연 5%라는 말은 '1년에 5%'로 해석될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기에 1년에 5%씩 2년간 10%를 올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게 된다.

과거 국회에선 1년에 5%씩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과하니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2.5%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 기준대로 직전 계약에서 정한 임대료의 5% 이상 증액한 등록 임대사업자를 가려내 제재할 방침이다.

최근 국토부에 이에 대해 문의하는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작년 2월 법이 개정되기 전 계약에 대해선 법규대로 임대료를 연 5% 증액한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018년 1월 법제처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의 문제 제기로 법제처가 연 5%의 의미를 해석했는데, 법제처는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1년 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증액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등록 임대사업자는 별로 없다.

민간임대특별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득세법 시행령,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등 세제 관련 법령도 올해 초에서야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료의 연 증가율이 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에서 '연'을 뺐다.



법이 개정돼 작년 2월 시행될 때도 임대료 인상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해당 조항도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바뀌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2017년 1월 민간임대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임대료 증액을 연 5% 범위에서 허용하되 주거비 물가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하도록 했는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연 5%에 붙었던 '연'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당시 연 5%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 '연'이라는 단어를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지금은 국토부가 임대료 증액 기준이 '연'이 빠진 5%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것일까.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주거복지 전문 사이트인 렌트홈이나 마이홈에도 '연 5%'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임대등록시스템인 렌트홈은 등록임대를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에 임대료가 연 5% 이내로 인상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주거복지포털인 마이홈도 등록임대 사업자의 의무를 설명하면서 임대료 증액률이 연 5%로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국토부는 등록 임대사업자의 공적 의무 이행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내달 들어가기로 하고 3월부터 이달 말까지는 단순 신고 누락에 대한 자진신고를 받고 있다.

내달부터 임대료 증액 기준을 위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다. 임대료 증액 의무 위반에 대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료 증액 제한은 등록 임대사업자의 중요한 공적 의무 중 하나로 일제 점검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게 될 내용"이라며 "그러나 아직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양보해 법이 바뀐 작년 2월 이후 계약에 대해 '5%' 임대료 증액 위반을 조사하겠다고 하면 조사 대상 자체가 없어진다. 임대차 계약은 최소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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