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도전과 혁신이 쏘아 올린 '스페이스X' 민간 유인우주선

입력 2020-05-31 13:15
[연합시론] 도전과 혁신이 쏘아 올린 '스페이스X' 민간 유인우주선

(서울=연합뉴스) 민간 우주 시대가 개막됐다.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힘차게 비상했다. 발사 주체는 '괴짜 천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민간 기업 스페이스X이다. 1961년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탄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 이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 나라가 모두 여덟 차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으나 민간 기업이 주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루 드래건에 탄 우주비행사 2명은 모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이지만 스페이스X가 개발, 발사, 운영을 포함한 모든 과정을 도맡았다. 지구를 벗어나 달, 화성 같은 우주로 여행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아주 먼 훗날의 얘기로만 여겨지던 일이 우리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고 지난할 것이다.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지구인의 노력과 도전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것은 2002년이었다. '화성 여행'이라는 목표가 당시에는 황당한 것으로 치부됐지만 이번 발사 성공으로 18년 만에 크고,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국가 주도 거대 기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우주 개발이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머스크의 도전정신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우주인 비행을 민간에 위임하기로 한 NASA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우주 개발의 여정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간의 창의력과 경쟁력에 눈을 돌렸고, 스페이스X가 혁신으로 화답했다. 이 회사는 다섯번의 도전 끝에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발사 비용을 기존의 무려 10분의 1까지 낮췄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이런 혁신 덕분에 이미 NASA 우주 로켓 발사 중 3분의 2가량을 수행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선두주자 테슬라, 서울-부산을 단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차세대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에 이어 스페이스X로 민간 우주 시대의 신호탄을 쏜 머스크의 성공은 도전과 혁신의 무한한 힘, 그리고 이 에너지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웅변한다. 이미 정보기술(IT), 바이오에서 문화ㆍ예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역량을 입증한 우리의 젊은이와 기업들에도 큰 교훈이 됐으면 한다.

이번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 성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울한 2020년을 보내고 있는 전 세계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북돋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내년을 목표로 '누리호' (KSLV-Ⅱ) 발사를 준비 중이다. 1.5t짜리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누리호는 국내 최초의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로 2018년 시험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우주 개발은 막대한 자원이 소요돼 과학기술과 경제력이 뒷받침된 초강대국이 아니면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려운 분야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75t급 이상의 중대형 발사체용 엔진을 보유한 세계 일곱번째 나라로 올라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의 항우연을 방문해 '실패 축적'의 중요성과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 "민간 기업도 자신 있게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장은 한반도 분단과 경제적 어려움에 코로나 국난에 이르기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우리도 이제 후손들을 위해 민ㆍ관이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힘을 합쳐 '우주 대항해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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