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새 확 달라진 美 우주비행…슬림 복장에 터치스크린 우주선

입력 2020-05-31 07:30
수정 2020-05-31 16:44
9년새 확 달라진 美 우주비행…슬림 복장에 터치스크린 우주선

테슬라 전기차 타고 발사대 이동…코로나19에도 우주센터 '구름 인파'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예측불허의 기상이 우주비행의 최대 변수라는 점은 여전했다. 그렇지만 우주비행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민간 우주탐사 시대'의 개막을 알린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는 여러 화제를 낳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은 30일(현지시간) 오후 3시 22분(한국시간 31일 오전 4시22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굉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미국 땅에서는 9년 만에 이뤄지는 유인 우주선 발사다. 미국은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자국 우주비행사를 실어 우주로 보냈었다.

지난 27일 기상 문제로 카운트다운을 중단한 지 사흘만의 두 번째 시도다.

이날 역시 오전까지만 해도 기상 문제 탓에 발사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짐 브라이드스타인 NASA 국장은 트위터에 기상 문제로 인해 발사가 이뤄질 확률은 50%라고 적었다.



기상 예측이 어느 정도 분명해진 것은 발사를 두어시간 앞둔 시점.

브라이드스타인 국장은 오후 1시 무렵 뇌우가 발사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이르면 오후 3시, 늦으면 오후 3시 30분께 날씨가 맑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CNBC 방송은 보도했다.

발사 예정 시각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기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뜻으로, 우주탐사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주인들은 일찌감치 발사대로 이동했다.

우주선에 나란히 탑승하는 NASA 소속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은 발사 예정 시각보다 4시간 앞서 우주복을 착용했다.

크루 드래건 좌석에 맞게 제작된 매끈하고 날렵한 복장이다. 과거 아폴로 우주인들이 큰 헬멧과 비대한 복장으로 마치 토끼처럼 달 표면에서 통통 뛰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셈이다.

각각의 체형에 맞춰 3D 프린터로 제작됐고 헬멧과 일체형이다. 턱시도와 슈퍼히어로 복장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나왔다.

머스크도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유영이 아닌,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되는 실내용이다.

슬림해진 복장을 갖춘 2명의 우주인은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를 타고 39A 발사대로 이동했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영광의 역사를 간직한 발사대다.

미국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 성공...트럼프 환호 / 연합뉴스 (Yonhapnews)

모델X 탑승에 앞서 벤켄은 아들과 '버추얼'로 허그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곧이어 39A 발사대에 도착한 우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발사대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우주선 내부로 들어갔다.

조이스틱이나 버튼이 아닌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되는 우주선이다. 우주인들은 특수 장갑을 끼고 화면을 조작한다. 과거처럼 수많은 버튼으로 가득 찬 우주선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후 3시 22분 카운트다운에 맞춰 로켓은 하늘로 솟구쳤고, 케네디 우주센터 주변을 가득 메운 인파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급적 자택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봐달라는 당국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께 케이프 커내버럴로 이어지는 도로들은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 찼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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