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가수익비율 10년만에 최고…고평가 논란
PER 20배 근접…12개월 선행지표도 고평가 구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코스피가 지난주 2,000선을 회복했지만, 기업실적 전망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면서 증시 고평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증시가 강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6배로, 20배를 웃돌았던 지난 2010년 4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가수익비율은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고평가 혹은 저평가됐는지를 가늠할 때 흔히 쓰는 지표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3월 12.1배로까지 떨어졌다가 두 달 새 크게 올랐다. 이 사이 코스피는 저점 대비 39% 급반등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올해 하락폭의 70% 이상을 되돌림했기 때문에 '데드 캣 바운스'(약세장에서의 일시적 반등) 이상의 강세가 전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기존 실적치를 토대로 한 주가수익비율보다 향후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을 평가지표로 많이 활용한다. 주가는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증시 고평가 논란은 여전하다.
2,000선 회복 이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약 11.7배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치가 약 10배인 점을 고려하면 확률 분포상 상위 2% 이상의 고평가 구간에 들어선 수치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록 주가수익비율이 높더라도 기업실적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 현 증시는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에도 이익 전망이 상향되고 있다면 추가 상승에 있어 현 밸류에이션 수준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며 "현재 시장은 주요국의 경제 재개 이후 실물경기 반등과 그에 따른 국내 수출 개선 기대를 주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실적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 2,000대 코스피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연초 이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11.3% 하향 조정된 상태다.
코로나19 충격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기업실적 전망치는 추가로 하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3.0%로 제시하고, 최근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향후 최소 10%, 많게는 40%까지 하향될 잠재력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국내 증시는 이익 전망 하향에 따른 가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비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됐을 때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지속한 적이 없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가 작용해야 하고, 이는 결국 세계경기의 회복 속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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