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코로나 확진 20만명 넘어…한국인 파견자도 속속 감염
UAE·사우디, 재택근무 점차 축소…'통제와 공존'으로 전환
한국인 파견직원 "코로나19 불안 속 근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지역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7일(현지시간) 기준 20만명을 넘었다.
각국 보건 당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가 7만8천명, 카타르 4만9천명, 아랍에미리트(UAE) 3만2천명 등 6개국 누적 확진자는 20만730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11일 10만명을 넘은 뒤 16일 만에 누적 확진자 수가 배가 됐다.
이들 국가가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비율이 최고 90%에 달할 만큼 인구 분포가 독특한 터라 감염자의 상당수는 이들 외국인이다.
사우디(3천422만명)를 제외하고 인구가 수백만명 정도로 적지만 저임금 외국 근로자의 단체 숙소에서 집단 발병이 일어나 방역에 구멍이 생긴 탓에 확진자가 급증했다.
각국 보건 당국이 이 집단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규모 검사를 시행한 것도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또 종교적 관습과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지난달 2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시작에 맞춰 통행·영업 금지를 일부 완화하면서 모임이 빈번해져 자국민 집단의 감염도 많아졌다.
라마단 한 달간 걸프 지역 누적 확진자는 4.6배로 증가했다.
인구가 281만명인 카타르는 인구의 1.7%가 감염돼 100만명당 확진자수(1만7천419명)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으로 치면 누적 확진자가 약 90만명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걸프 지역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주 6천명대 중반이었으나 이번주 들어 5천600명 정도로 낮아지는 흐름이다.
이 지역은 3, 4월 국경 차단, 국제선 중단, 통행금지, 재택근무와 같은 강력한 봉쇄 조처를 했지만 전염병 확산이 멈추지 않자 점차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통제하면서 공존하려는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고 있다.
UAE 정부는 31일부터 공무원의 30%가 출근 근무하기로 했고, 두바이 정부는 독자적으로 31일부터 50%, 다음달 14일부터 100%의 직원이 출근 근무하도록 허용했다.
사우디 정부도 이달 31일부터 관공서와 사기업의 최소 인원이 출근하도록 하고 공무원은 다음달 14일, 사기업은 다음달 20일부터 모두 출근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들 6개국은 산유 부국이고 무력 분쟁이 없어 다른 중동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의료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한국 기업이 진출한 사업장이 많아 한국인 파견 직원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걸프 지역 정부는 주요 인프라 사업장은 봉쇄 조처의 예외로 하고 작업을 허용했다.
UAE 소식통은 28일 연합뉴스에 "UAE의 한국인이 20명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안다"라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이주 근로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UAE에서는 이달 4일 한국의 한 건설사에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 1명이 코로나19에 숨졌다.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인 직원은 "3월 중순부터 두 달간 건설 현장을 봉쇄한 뒤 필요한 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라며 "코로나19로 숨진 것은 아니지만 이달 9일 60대 한국인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불안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인 직원도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번달 들어서야 표본 검사를 했다"라며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몰라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H건설과 다른 H사에서 파견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지난주 1명씩 확진 판정을 받았다.
H사에서 파견근무하는 한 한국인 직원은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은 격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우왕좌왕했다"라며 "주말과 휴일이 겹친 데다 본사와 연락이 원활치 않으면서 확진 판정 뒤 나흘 뒤에야 전 직원 격리 지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도 이달 초 귀국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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