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RNA가 항암 단백질 조절하는 기제 첫 발견"

입력 2020-05-28 14:48
"마이크로 RNA가 항암 단백질 조절하는 기제 첫 발견"

RNA 유도 침묵 복합체의 구조 전환이 스위치 작용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진,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마이크로 RNA(MicroRNA 또는 miRNA)는 20~24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비암호화 RNA 분자를 말한다.

마이크로 RNA는 단백질 합성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RNA(mRNA)의 침묵에 관여하면서 전사 이후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과 식물에 모두 잘 보존된 마이크로 RNA는 1993년 '예쁜 꼬마선충'의 유충에서 처음 발견됐고 공식 명칭이 사용된 건 2001년부터다.

마이크로 RNA는 고대부터 생명체의 진화와 유전자 조절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마이크로 RNA의 단백질 생성 조절은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발생과 연관돼 있다.

마이크로 RNA가 암 억제 단백질의 생성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마이크로 RNA와 다이서(Dicer) 등의 단백질로 구성된 'RNA 유도 침묵 콤플렉스(RISC)'가 구조를 전환하면 세포의 단백질 생성량이 달라진다는 게 요지다.

마이크로 RNA가 관여하는 단백질 생성 제어 메커니즘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장차 새로운 개념의 암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학의 카샤 펫솔드 의료 생화학 생물물리학 부교수팀은 28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펫솔드 교수팀이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건 'miR-34a'라는 마이크로 RNA다.

miR-34a는 '유전체 수호자'로 통하는 p53 단백질의 활성도를 간접적으로 제어한다.

p53는 암의 형성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항암 단백질이며, p53의 기능 이상은 여러 암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miR-34a가 Sirt 1이라는 단백질 생성 코드를 가진 메신저 RNA를 하향조절하면 p53의 활성도는 높아진다. Sirt 1은 p53을 억제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핵자기공명(NMR) 등 생물물리학 기술로, miR-34a와 메신저 RNA가 결합한 RISC 복합체의 구조와 구조적 역학 관계를 해독했다.

RISC는 두 개의 확연히 다른 구조로 교차 변환한다는 게 밝혀졌다.

하나는 99%의 단백질에도 활성도가 중간인 구조고, 다른 하나는 단 1%의 단백질로 활성도를 높이는 구조였다.

이 복합체가 평형 상태에 있을 땐 두 구조 간의 상호 전환이 가능했고, 전환 과정의 단백질 비율은 외부 요인에 의해 조정됐다.

miR-34a는 Sirt 1뿐 아니라 다른 단백질 생성을 하향 조정할 때도 동일한 기제를 이용했다.

펫솔드 교수는 "(RISC 복합체의) 구조 전환 스위치를 찾아내면, 특정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약으로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로렌소 바론티 박사과정 학생은 "마이크로 RNA가 이런 방식으로 단백질 생성을 조절한다는 발견은, 완전히 새로운 작용 기제를 가진 신약 개발의 길을 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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