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로나19 대응 성공적?…낮은 검진율 '복병'
BBC "검사건수 국가별 큰 편차…검진 늘면 확진자도 상당히 증가 예상"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에 이어 남미가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로 부상한 가운데 아프리카의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역사무소는 아프리카의 두터운 젊은 인구층이 낮은 사망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많은 나라에서 신속하게 봉쇄령을 도입해 기하급수적 확산을 둔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그러나 27일(현지시간) 표면적으로는 아프리카의 대응이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낮은 검사율이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염병리학자들은 실제적인 감염 상황을 파악하려면 그 도구인 검사가 필수적인데 아프리카에선 검사 부족으로 확진자가 제대로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륙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검진율은 1천명당 1건 정도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50여개 나라마다 검사 편차도 심하다.
대륙 내에서 크기가 작고 부자 나라인 모리셔스 등은 검진율이 1천명당 61건으로 글로벌 기준으로 보더라도 영국, 독일보다도 높다.
반면 덜 부유하고 내부 분쟁 중인 나라들은 검사 건수가 최저에 머물러 있다.
비영리기구인 국제구호위원회(IRC) 집계에 따르면 차드의 검사율은 1천명당 0.1건이고 말리는 1천명당 0.17건에 불과하다.
대륙에서 가장 산업화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매일 1천명당 10건의 테스트를 하고 검진 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인 나이지리아는 부자 나라이긴 하지만 검사율은 1천명당 0.23건에 머물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전체 인구 대상으로 집단 검사를 하기보다 발병지역 대처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데이터상 구멍도 크다.
탄자니아는 검진 자체를 중단한 가운데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감염자가 감소했다면서 감사축제 기간을 선포했지만 케냐, 잠비아 등과 가까운 국경지대에서는 양성반응이 상당히 검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웃 나라들은 감염자 수입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응켄가송 소장은 많은 확진자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원인 불명의 지역사회 사망자가 급증하거나 병원에 코로나19 입원자가 폭증하는 사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건 인프라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의료진도 적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진료소나 병원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따라 확진자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글로벌 검진 장비 부족난이 아프리카 대륙의 검진 역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일부 아프리카 나라는 스스로 독창적인 대응에 나섰다. 세네갈 파스퇴르 연구소는 1 달러(약 1천230원)밖에 안 드는 신속 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 CDC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글로벌 연대를 호소하는 한편 대륙 차원에서도 기금을 모아 물자를 획득하고 있다.
아프리카 CDC는 대륙 인구의 1%에 해당하는 1천만∼1천500만명을 검사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검사가 더 많이 행해지면 확진자 수는 상당히 늘 것이고 아직 실제 감염자가 퍼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6월부터 봉쇄령의 추가 완화에 따라 감염률이 훨씬 더 멀리 더 빨리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케냐는 현 추세라면 신규 확진 정점이 8월이나 9월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의 선제적 대응은 확산 둔화에 도움이 됐지만 향후 수개월 내 정부의 행동에 따라 감염궤도와 지역사회 충격파가 달라질 것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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