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작스캔들' 후폭풍…"아베 이탈·정권 말기 증상"
솜방망이 처분에 일본 여당 내에서도 공개 비판 나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와중에 내기 마작 추문을 일으킨 일본 검찰 고위 간부 처분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균열 조짐을 보인다.
아베 정권에서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中谷元)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일본 정부가 '마작 스캔들'로 사직한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검 검사장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경고의 일종인 '훈고'(訓告) 처분하는 데 그친 것을 27일 공개 비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타니 의원은 이날 열린 '다니가키(谷垣) 그룹' 모임에서 비슷한 일로 자위대원이 징계받은 사례를 거론하며 훈고 처분이 "매우 무르다. 금액이 적어도 내기 마작은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청은 모든 힘을 다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기소하는 성청(省廳·정부 기관)이다. 법의 엄격한 운용이라는 의미에서도 엄중한 자세나 처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훈고 처분을 내린 주체는 검사총장(검찰총장에 해당)이지만 총리관저 측이 처분 수위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아베 정권 핵심부를 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아사히신문 조사, 29%)까지 떨어진 가운데 집권당 의원의 쓴소리는 심상치 않게 들린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정권이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요라 마사오(與良正男) 마이니치(每日)신문 전문편집위원은 27일 지면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최근 정치적 위기 상황에 아베 총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서 "자민당에서도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불만을 얘기하는 의원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당의 '아베 이탈'이 진행된다"며 "이것은 틀림없이 정권 말기 증상"이라고 규정했다.
요라 전문편집위원은 "경제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북방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명) 협상이나 북한의 납치문제 등 외교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당분간 (아베 총리가) 기사회생(할 기회인) 총선거는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해졌다"며 이같이 썼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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