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콩시위 불공정 보도' 중국국제TV 제재 방침

입력 2020-05-27 15:16
수정 2020-05-27 15:26
영국, '홍콩시위 불공정 보도' 중국국제TV 제재 방침

뉴스 프로그램 5회분 조사…"공정성 준수 기준 지속적으로 위반"

수백만 달러 벌금·면허 취소 가능…중-영 관계에도 영향 미칠듯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영국의 방송·통신규제 당국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편파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한 영어 방송에 대해 법정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27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중국 관영 영어 방송국인 중국국제TV(中國國際電視台·CGTN)이 지난해 홍콩 시위 보도 과정에서 공정성 준수 기준을 지속해서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오프콤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우리의 조사는 CGTN이 5회분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프콤 대변인은 "홍콩의 시위와 관련된 사안을 보도한 리포트들은 중요한 정치적인 논쟁거리에 대한 광범위한 목소리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프콤 대변인은 또 CGTN 측에 이러한 위반 행위에 대해 관련 법률에 명시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SCMP에 따르면 오프콤은 지난해 8월11일부터 11월 21일 사이 방송된 CGTN의 '월드 투데이' 프로그램 4회분과 '차이나24' 프로그램 1회분에 초점을 맞춰 이런 결론을 내렸다.

오프콤은 '월드 투데이' 프로그램 4회분에 대해선 무작위 모니터링 이후, '차이나 24' 프로그램 1편에 대해선 시청자의 불만 제기에 따라 각각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에 유럽 본부를 둔 CGTN은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거나 영국 내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CGTN의 면허권자인 '스타차이나 미디어 리미티드'는 공정성 위반 지적에 대해 "친민주적 성향의 활동가들은 중국 채널이나 중국어 채널에 대해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거나 "중국 공영방송으로서 홍콩 시위에 대한 대안적 견해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GTN의 홍콩 주재 특파원도 "홍콩 시위 보도를 위해 몇 달 동안 50여명의 젊은 시위자들이나 반정부 세력에 접근하려 했지만, 대다수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오프콤은 개인정보 불법 거래 혐의로 중국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영국 기자 피터 험프리가 CGTN 인터뷰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CGTN을 상대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험프리는 개인적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혐의로 2013년 체포돼 23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다 풀려난 바 있다.

오프콤이 홍콩 시위에 대한 불공정 보도를 이유로 CGTN에 대해 제재를 할 경우 중국과 영국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자국의 5세대(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놓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영국 정부는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추가 리스크를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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