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좌관, 코로나19 실직자 '인적 자본' 지칭했다 구설
"인적 자본 일터 복귀 준비돼"…비인간적 발언 비판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의 경제 담당 고위 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가운데 노동자를 두고 '인적 자본'이라고 지칭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4천만명에 달하는 실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록 경제학 용어이긴 하지만 신중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발언이라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지난 24일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논란은 그가 "우리 자본은 파괴되지 않았다. 우리의 '인적 자본'(human capital stock)은 일터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며 노동자들을 자본이라고 지칭해 발생했다.
CBS방송은 "이 용어는 경제학에서 표준적인 것으로 노동력이나 노동자를 가리킨다"며 용어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경제학자의 기술적 용어와 많은 실직 노동자가 겪는 스트레스 간 단절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고나 무급휴직이 잇따르면서 지난 16일 기준으로 직전 9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3천86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겪고 있다.
또 3월 4.4%이던 실업률은 한 달만인 4월 14.7%로 치솟고 5월 실업률은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이자 활동가인 라이언 나이트는 트위터에 인적 자본 언급에 대해 "정말로 이것은 지배층 전체가 느끼는 방식"이라며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도록 다른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노동자를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에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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