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봉쇄 완화한 라마단에 코로나19 확진 '급증'
걸프 6개국·이집트, 라마단 기간 누적 확진자 4배 이상 증가
"라마단 저녁 모임에서 전염사례 많아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24일 전후로 시작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한 달간 통행·영업 제한과 같은 봉쇄 조처를 완화한 중동 이슬람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각국 보건 당국의 집계를 보면 걸프 지역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오만,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의 누적 확진자는 라마단 한 달간 4.6배로 증가했다.
24일을 기준으로 이들 6개국의 누적 확진자수는 19만명에 이른다.
1개월간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도 라마단 직전 1천129명에서 4천748명으로 4배가 됐다.
대규모 검사와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단체 숙소에서 집단 감염이 걸프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주원인이지만 가족과 지인의 모임이 빈번한 라마단의 사회·종교적 관습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압둘라티프 알칼 카타르 국가방역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외국인 이주근로자 집단이 아닌 카타르인과 외국인 거주자의 감염이 급증했다"라며 "모이지 말라고 했지만 라마단 저녁 식사(이프타르)에 가족과 지인이 모인 것이 그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일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사우디인의 비율이 라마단 전에는 10% 정도였지만 라마단에는 40%까지 높아졌다. 사우디 보건부도 라마단 저녁 모임과 가족 친목 행사를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집트도 라마단 기간 통행금지 시간을 줄이고 일부 사업장의 영업을 허용했다.
이집트의 누적 확진자도 라마단 한달간 4.3배로 증가했다.
라마단이 시작됐을 때 일일 신규 확진자는 200명대였지만 최근 한 주간 매일 700명을 넘었다.
인구가 1억명인 이집트의 누적 검사수 대비 확진자의 비율은 25일 현재 13%로 높은 편인데다 의료 체계도 견고하지 않은 탓에 앞으로도 확진자 수는 꺾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중동(터키 제외)에서 확진자수가 가장 많은 이란 역시 라마단 기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달 2일 802명까지 떨어졌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열흘간 이틀을 빼고 모두 2천명이 넘었다.
중동 이슬람권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자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라마단 이후 강제 봉쇄 대신 이를 완화하는 '생활 방역'으로 정책을 속속 전환하면서 감염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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