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막무가내' 행보…의회·사법부 비난집회 또 참석
코로나19 급속 확산에도 마스크 없이 지지자 포옹…유모차 아기 무릎에 앉히기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와 사법부를 비난하는 집회에 또 참석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4일 낮(현지시간) 헬기를 타고 수도 브라질리아의 삼권광장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상황을 살펴보고 나서 측근들과 함께 참석했다.
삼권광장은 대통령궁과 연방대법원, 연방의회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을 상징하는 곳이다.
집회 현장에 도착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했으며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를 들어 무릎에 앉히기도 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보건 당국의 사회적 격리 권고를 무시한 것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정부 정책을 대통령이 어긴 셈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접촉한 지지자 상당수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앞서 의회는 모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은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300헤알(약 6만7천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또다시 적발되면 벌금을 배로 올려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에는 대통령실 측근을 만난 뒤 브라질리아 시내에서 핫도그를 사 먹으며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등 '거리 행보'를 했다.
그러나 그가 핫도그를 먹는 동안 냄비를 두드리며 '보우소나루 퇴진'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의 시위도 벌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집회 참석에 앞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직권남용을 주장하며 사임한 것과 관련, 세우수 지 멜루 대법관이 지난달 22일 각료회의를 녹화한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명령한 데 불만을 터뜨렸다.
브라질에서 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진 모루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에 정보·수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를 거부하는 연방경찰청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4일 전격 사임했다.
당시 모루 전 장관이 증거물로 제시한 것이 각료회의 동영상이다.
22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경찰에 대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에 따라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모루 전 장관의 사임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태는 여론 악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4만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5%·보통 23%·부정적 50%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 기대치(48%)가 긍정적 기대치(27%)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초에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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