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외로운 코끼리, 동물원서 야생 돌려보내라"

입력 2020-05-23 11:47
파키스탄 법원 "외로운 코끼리, 동물원서 야생 돌려보내라"

30년간 좁은 공간 살다 짝 잃고 정형행동…팝가수 셰어가 캠페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30여년 간 파키스탄의 좁은 동물원에 살다 8년 전 짝까지 잃은 이른바 '가장 외로운 코끼리'를 야생 서식지로 돌려보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21일 동물원 측에 "스리랑카와 협의해 30일 안에 '카아반'이란 이름의 코끼리를 돌려보낼 적당한 서식지를 찾아내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슬라마바드 마자가 동물원이 지난 30여년간 코끼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파키스탄 안이든 바깥이든, 코끼리를 적합한 보호구역으로 보내 고통을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동물원 시설을 개설하는 동안 곰과 사자, 새 등 수십 마리의 다른 동물들도 임시 보호처로 이동시킬 것을 명령했다.



카아반은 1985년 1살 때 스리랑카에서 파키스탄 대통령 선물로 보내졌다.

동물원으로 옮겨진 카아반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사슬에 묶여 생활하기를 반복했고, 1990년 스리랑카에서 이송돼 함께 살던 코끼리 '사헬리'가 2012년 죽은 뒤 혼자 남았다.

카아반의 우리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서 4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를 피할 그늘이 충분하지 않았다.

카아반은 계속 고개를 까딱거리는 정형행동도 보였다. 정형행동은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이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며,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카아반을 '파키스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라고 명명하고, 카아반을 야생으로 풀어달라고 수차례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2016년 미국의 팝 스타 셰어가 앞장서 캠페인을 벌여 20만명이 카아반 석방 탄원서에 서명했다.

셰어는 판결이 나온 뒤 트위터를 통해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가 생겼다. 카아반이 석방된다"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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