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충일 연휴 '코로나19 재확산' 시험대(종합)
해변·공원 빗장 풀려 나들이 증가 예상…당국 "거리두기" 당부
"24개 주 코로나19 재생산지수 1 넘어…바이러스 통제 안 돼"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현혜란 기자 = 미국이 2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 시즌에 들어가면서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50개 주(州)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의 단계적 해제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연휴 기간 나들이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현충일 연휴를 하루 앞둔 22일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연휴 기간 해변과 공원에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반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각종 현충일 기념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봉쇄령 완화로 그동안 굳게 닫혔던 해변과 공원이 열리면서 나들이객이 급증할 여지는 더욱 커졌다.
전염병 전문가인 밴더빌트대학 의료센터의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열중하지 않고 있다"며 연휴 기간 코로나19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델라웨어 등 4개 주는 현충일 주말부터 해변을 연다.
플로리다주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을 제외하고 이달 초부터 해변 대부분을 재개장했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오렌지 카운티, 벤투라 카운티의 유명 해변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의 국립공원도 빗장을 풀었다.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해 옐로스톤, 브라이스 캐니언, 조슈아 트리, 에버글레이즈 등 유명 국립공원들이 단계적 개방 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야외 활동의 공간이 넓어지자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의 철저한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인 데비 벅스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이 야외 활동을 즐길 수는 있지만, 최소 6피트(약 1.8m)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벅스 박사는 이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감소하고 있으나 많은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면서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 착용과 손 씻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연휴 기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피하고 친지나 친구들과도 전화나 화상 통화를 통해 연락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지난 17일 휴대전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코로나19 확산 추정 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주 절반은 여전히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텍사스, 애리조나, 일리노이, 콜로라도, 오하이오, 미네소타, 인디애나, 아이오와, 앨라배마, 위스콘신 등 24개 주에서는 코로나19 재생산지수(R0)가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산지수는 외부 개입이 없고 모든 사람이 면역력이 없는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직접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뜻한다. 재생산지수가 1보다 작으면 전염병은 점차 사라지지만 1보다 크면 전염병은 확산해 유행병이 된다.
미국 모든 주가 부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느슨해진다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는 7월까지 사망자가 하루에 1천명씩 나올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이날 현재(동부시간 오후 10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160만782명, 사망자는 9만5천972명으로 현충일 연휴 기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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