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미 대통령 11명 모신 백악관 집사…코로나19로 별세

입력 2020-05-22 14:58
50년간 미 대통령 11명 모신 백악관 집사…코로나19로 별세

아이젠하워에서 오바마까지…전 대통령 가족들 애도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무려 11명의 미국 대통령을 모셨던 전 백악관 집사가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전 백악관 집사였던 윌슨 루스벨트 저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16일 숨졌다고 미 언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먼의 손녀인 샨타 테일러 게이는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할아버지는 진정성이 있었고 매우 조용했지만 엄격하셨다"며 "매우 헌신적이었고 호들갑을 떨거나 불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저먼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인 1957년부터 백악관에서 청소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집사로 승진했다.

그는 백악관 생활 40년 만인 1997년 은퇴했다가 2003년 백악관에 복귀했다. 그러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총괄 집사를 끝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백악관을 떠나기 전해인 2011년 저먼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한 그가 보살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돌보면서 꽃까지 보냈었다고 손녀 게이는 CNN방송에 전했다.

그가 백악관을 떠날 때 오바마 대통령은 그가 모셨던 대통령들을 상징하는 명판과 동전을 건네며 반세기 간의 봉사를 예우했다.



저먼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 엘리베이터에 선 채로 찍은 사진은 미셸 오바마의 회고록인 '비커밍'(Becoming)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전직 대통령 가족들의 애도가 쏟아졌다.

미셸 오바마는 CNN에 "저먼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며 "그는 친절함과 보살핌으로 백악관을 대통령 가족을 위한 집으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는 그의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기도를 보낸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남편이 슬퍼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추모했다.

그는 "저먼은 우리를 포함한 여러 대통령 가족에게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해줬다"며 "그의 사랑스러운 사람들에게 우리의 가장 따뜻한 애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의 딸이자 NBC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인 제나 부시 헤이거는 이날 방송 도입부에서 "백악관이 집처럼 느껴진 것은 그 같은 사람들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를 사랑했고,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고 헌사했다.

또 "우리가 매일 아침 집을 떠나거나 밤에 귀가했을 때 가장 먼저 본 사람이 바로 저먼이었다. 그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는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의 언급도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데지르 반스는 "정당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봉사하려 거기에 있었다"고 떠올렸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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