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퇴진 운동 확산…좌파야권 탄핵요구서 공동 제출
노동·인권·농민·원주민 등 400여개 사회단체도 참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단체들도 가세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노동자당(PT)을 비롯한 7개 좌파 정당은 21일(현지시간)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에게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개별 정당이나 의원이 탄핵 요구서를 낸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공동명의로 제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노동계와 인권·농민·빈민·원주민 등 각 분야의 400여개 단체도 탄핵 요구서에 서명하면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했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공공보건을 해치고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회·대법원 폐쇄와 군부의 정치 개입을 촉구하는 집회와 시위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하는 행태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당의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는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국정을 이끌 정치적·행정적·인간적 조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국제사회와 수시로 마찰을 빚고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사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요구서 제출에 맞춰 좌파 정당원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의회 앞에서 신속한 탄핵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단골 시위 장소인 수도 브라질리아의 삼권광장에서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삼권광장은 대통령궁과 연방대법원, 연방의회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을 상징하는 곳이다.
시위에는 좌파 정당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여했으며, '보우소나루 아웃' '민병대 아웃'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나왔다.
삼권광장의 다른 쪽에 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산주의자 아웃' '우리의 깃발은 붉게 물들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며 맞섰다.
양측 시위대는 고성·욕설과 함께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등 충돌 직전까지 갔으나 경찰이 개입해 분위기가 진정됐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권의 탄핵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도 성향 정당들과 접촉을 확대하면서 의회에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탄핵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으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탄핵 요구가 계속되면서 마이아 하원의장은 갈수록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