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검사 또 검사…中양회 '방역 결벽증' 관전포인트

입력 2020-05-22 07:07
수정 2020-05-22 19:04
[특파원 시선] 검사 또 검사…中양회 '방역 결벽증' 관전포인트

내외신 취재진 인민대회당 출입 '엄격 통제'…행사마다 핵산검사

주요 기자회견도 모두 '화상 방식'…방역 성과 해칠까 전전긍긍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국무원 업무보고가 이뤄지는 22일 전인대 개막식이다.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는 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공개되며, 중국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목표가 제시돼 중국 국내 매체뿐 아니라 외신들도 가장 주목하는 일정이다.

매년 전인대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면 인민대회당을 한 바퀴 크게 두를 만큼 취재진이 장사진을 치는 장관이 연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인대 개막식 날 새벽 4시부터 수백 명의 취재진이 취재 명당을 선점하려고 기다랗게 줄을 늘어섰었다.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인대 개막식을 취재할 수 있는 매체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 관영 매체 취재진도 필수 인원만 인민대회당 취재를 허가했고, 홍콩·마카오 매체들도 제비뽑기를 통해 취재 풀단(취재 공유 그룹)을 구성해 취재 자료를 공유토록 했다.

외신도 각국 대표 매체와 주요 언론을 선별해 극소수만 인민대회당 입장을 허가했는데, 연합뉴스도 현장 취재진 일원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좁은 문'을 통과한 전인대 취재진은 개막 하루 전인 21일 저녁부터 중국 당국이 지정한 숙소인 조어대(釣魚台) 호텔에서 핵산검사를 받고 하룻밤을 대기해야 했다.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전인대 개막식 취재진 수는 30여명에 불과해 수백 명이 넘게 모인 지난해와 비교해 초라해 보일 정도다.

인민대회당 1층에서 진행되는 양회의 인기 행사 '부장통로'(국무원의 부처 책임자들이 내외신 단체 인터뷰에 응하는 행사)와 대표단 회의 현장 취재 역시 올해는 생략된다.

올해 양회 개최 방식의 최우선 목표인 접촉 차단을 위해 모든 행사가 최대한 '언택트'(비대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양회의 끝을 알리는 리커창 총리의 폐막 기자회견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등 주요 행사도 모두 비대면 방식인 화상으로 진행된다.

화상 기자회견 역시 중국 당국에서 초청한 일부 매체만 양회 미디어센터에 설치된 기자회견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양회가 중국 자체적인 최대의 정치행사이기도 하지만, 중국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되는 만큼 중국 당국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출입 통제로 취재진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단계에 접어들 무렵 지린(吉林)성과 우한(武漢)에서 집단감염이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서 자국의 방역 성과를 세계 만방에 알려야 하는 중국 당국의 결벽증에 가까운 조치들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5천 명이 넘는 양회 대표단과 각국 취재진이 인민대회당을 중심으로 대거 모여들어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방역 성과를 자랑해야 할 무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양회와 관련된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또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당국의 정보 은폐와 미흡한 대응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서구 매체들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임을 고려할 때 어쩌면 중국 당국에는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회의 모든 행사 취재진을 선정하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상대하기 까다로운 매체를 통제하거나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양회는 평년보다 두 달 이상 연기됐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최상의 시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양회 기간 대표단이나 베이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지도부에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방역 조치가 최고 수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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