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또 '명예살인'…소녀 두 명 살해한 사촌 체포
"키스 받는 동영상 SNS에 퍼졌다"…매년 1천여명 명예살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서 16세 소녀와 18세 소녀가 남성으로부터 키스 받는 동영상이 SNS에 퍼졌다는 이유로 사촌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명예 살인' 전통이라 주장하며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21일 익스프레스 트리뷴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파키스탄 서북부 와지리스탄의 한 외딴 마을에서 무함마드 아슬랏이라는 남성이 10대 여자 사촌 자시마 비비와 사이다 비비를 총으로 쏴 살해한 뒤 달아났다.
경찰관 샤피울라 간다푸르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희생자들이 자매지간"이라고 밝혔으나, 현지 매체들은 숨진 소녀들이 자매인지 사촌인지 엇갈리게 표현했다.
와지리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사건이 벌어진 마을은 최근 수년간 아프간 무장반군 탈레반의 지배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약 1년 전에 피해 여성들을 포함해 여학생 3명이 남성과 어울리다 키스 받는 장면이 담긴 52초짜리 휴대폰 영상이 촬영됐다.
해당 영상이 지난주 SNS에 유포돼 마을에서 논란이 되자 사촌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영상을 촬영한 남성과 해당 동영상을 SNS에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먼저 체포했다.
사망한 소녀의 아버지와 삼촌도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함께 붙잡혀 조사받았다.
경찰은 추적 끝에 총을 쏜 사촌 무함마드를 20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1천여명이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하거나 외도, 부적절한 의상 착용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당하고 있으며,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파키스탄 의회는 2016년 명예살인 처벌 강화법을 통과 시켜 명예살인을 2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근절이 안 되는 상황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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