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 가동…한은 8조 대출(종합)

입력 2020-05-20 10:35
수정 2020-05-20 10:59
10조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 가동…한은 8조 대출(종합)

"한은 SPV 지원 첫 사례"…정부 1조 출자 바탕 산은 2조 지원

6개월 한시 가동…코로나19 추이 보며 필요시 20조까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성서호 기자 =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가 10조원 규모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된다.

10조원 가운데 한국은행이 8조원을 대출해준다. 한국은행법에 따라 중앙은행에 부여된 위기 대응 의무를 적극 활용해 SPV를 지원한 첫 사례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 CP 매입기구 설립 방안을 의결했다.

10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기구에 산업은행이 1조원을 출자하고 1조원은 후순위 대출을 해준다. 나머지 8조원은 한은이 SPV에 직접 선순위 대출을 한다. 산은의 SPV 출자 재원은 정부가 산은에 출자하는 1조원에서 나온다. 3차 추가경정예산과 2021년 정부 예산에 각 5천억원이 반영된다.



한은의 대출은 SPV가 자금을 요청하면 대출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은 관계자는 SPV에 직접 대출하는 배경에 대해 "한국은행의 금융 안정 의지가 시장에 더 명확히 전달되면서 그 효과도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산은을 통한 정부 출자와 산은 후순위 대출로 신용 보강이 충분히 이뤄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SPV 운영 과정에서 업무와 재산 상황 조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은법 제65조3항에 따르면 한은은 영리 기업에 긴급 여신을 제공할 경우 필요시 금융기관을 조사·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경우 SPV가 금융기관에 해당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법에 명시된 만큼 한은은 SPV 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해당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다만 한은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향후 정부, 산은 등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SPV 설치 방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운영하는 방식과 유사하나 정책금융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신용경색 대응을 위해 회사채매입기구(PMCCF·SMCCF)나 CP매입기구(CPFF) 등 5개 SPV를 설립해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 재무부가 각 기구에 100억달러의 자본을 출자해 연준의 신용위험 부담을 더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SPV는 정부 출자를 바탕으로 하되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전문성이 더해지는 새로운 협업모델의 신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주로 우량 회사채를 사들였으나 매입기구는 우량등급 채권뿐만 아니라 비우량 등급 채권, CP를 매입한다.

회사채는 AA∼BB등급, CP·단기사채는 A1∼A3가 대상으로 만기는 3년 이내다.

단 BB등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투자등급(BBB-이상)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경우로 제한된다.

정부는 또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매입 금리는 시장 금리에 일부 가산 수수료(최대 100bp 이내)가 붙는다.

기업의 조기 상환, 시장 정상화 등에 따라 SPV 운용 규모 축소되면 SPV는 한은 선순위 대출금부터 우선 상환한다.

정부는 동일 기업과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SPV 전체 지원액의 2% 및 3% 이내)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기구를 운영한 뒤 시장 안정 여부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20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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