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민주콩고 경찰, 정치종교단체 유혈진압…55명 사망"
당국 사망자 발표보다 훨씬 큰 '대학살'…"책임자 처벌해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 경찰이 지난달 분리주의 종교단체를 과잉 유혈 진압하면서 최소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국제 인권감시단체의 고발이 나왔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민주콩고 경찰이 반복적으로 무력을 남용해 적어도 55명을 숨지게 하고 수십명을 다치게 했다고 밝혔다.
HRW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콩고 정부의 '분두 디아 콩고'(Bundu dia Kongo·BDK) 단체에 대한 무력 진압은 4월 13∼24일 서부 지역 콩고중앙주와 수도 킨샤사에서 벌어졌다.
앞서 BDK 지도자이자 '네 무안다 은세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자카리 바디엔길라는 지지자들에게 콩고 부족이 아닌 사람들을 쫓아내라고 선동하면서 민주콩고 정부의 대응을 촉발했다.
이에 경찰은 4월 22일 콩고 중부 타운인 송골로로에서 15명을 숨지게 한 데 이어 24일 은세미의 킨샤사 주거지에서 최소 33명을 살해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루이스 머지 HRW 중앙아프리카 국장은 "콩고 당국은 민족 증오를 부추기는 BDK 운동의 메시지에 응답할 책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무력사용에 대한 국제표준을 위반한 것으로서 대학살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콩고 정부에 잘못을 저지른 자들을 계급에 상관없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HRW는 이번 사건과 관련, 권한 남용 희생자와 증인, BDK 소속원, 병원 직원, 정부 및 유엔 관리, 인권활동가, 언론인 등 광범위하게 50여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 4월 22일 동트기 전 송골로로에서는 수십명의 BDK 구성원들이 시위계획을 짜려고 여성과 아이들과 함께 모여 있는 집을 경찰이 포위해 무차별 발포하고 불을 질렀다. 또 공포 속에 뛰쳐나온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공격해 최소 15명을 숨지게 했으며 다른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길버트 칸콘데 내무장관은 HRW와 전화통화에서 콩고중앙주 차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지휘단계에서 잘못이 발견되면 군 검찰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따르면 BDK 대원들이 먼저 칼과 화살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24일 킨샤사 은세미 주거지에서 벌어진 유혈 참사는 200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모인 곳을 경찰이 역시 급습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내무장관은 미디어 성명에서 8명이 숨지고 경찰 8명을 포함해 4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HRW 조사 결과 최소 33명이 사망했다.
BDK는 1969년 은세미가 창설한 정치종교 운동으로 서구 식민지배 전 콩고 왕국 부활을 주창하면서 콩고 부족의 더 큰 자치권을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콩고 중앙당국의 거센 탄압을 받았으며, 전직 의원이자 자칭 예언자인 은세미는 현재 정신 병원에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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