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공공보건의 대상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압력 가중
의료계 "보건에 정치 논리 개입" 비판…의사들끼리도 논쟁 벌여 혼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라는 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부 장관이 잇따라 사임한 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건부 지침을 바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공공의료시설의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하라는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를 두고 의사들 간의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문제가 의학적 판단을 벗어나고 있다며 "보건 문제에까지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재 코로나19 중증환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도록 돼 있는 보건부 지침을 바꿔 초기 증상 환자에게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신중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재임 시절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만데타 전 장관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섣붙리 확대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중환자실 병상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병원을 찾지 못하고 가정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데타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일터 복귀를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데타는 지난해 초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당시부터 보건부 장관을 맡았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과 사회적 격리 문제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16일 사임했다.
반면에 새 보건장관 물망에 오른 여성 의사 니지 야마구시는 만데타 전 장관과 반대되는 주장을 제기했다.
야마구시는 "지금까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해 나온 연구 결과는 이론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현재 중증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돼 있는 보건부 지침을 바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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