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물류업계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철회하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기자회견서 "물류 생태계 혼란 야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해운·항만·물류 업계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철회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는 19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 자회사 설립 철회와 업계와의 상생을 요구했다.
2008년 11월 결성된 한해총은 한국선주협회,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해운조합 등 55개 단체가 연합한 기구이다. 소속 단체의 인원은 총 50만명에 달한다.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포스코의 행보는 장기 불황 여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해양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며 상생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해운과 물류 생태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그룹 내 물류 업무를 통합한 법인 '포스코 GSP(Global Smart Platform)(가칭)'를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으나 업계는 결국 해운업 진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포스코 계열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했는데도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면 다른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급성장한 것과 같이 일감 몰아주기로 각종 문제를 야기하면서 급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해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기업 물류 자회사는 계열사 물량과 3자 물류 시장의 물량을 대거 흡수해 28배 성장했으나 해운기업은 한진해운 등 170여개 선사가 파산하며 1.8배 성장에 그쳤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는 태생적으로 건전한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에 공식 의제로 상정해 노동단체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철 한국항만물류협회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와 마찬가지"라며 "철을 만드는 것은 포스코가 하고 물류는 물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해총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향후 다른 대량화주인 한전과 가스공사에도 영향을 미쳐 물류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가 수십년간 상생해온 관련 당사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영무 부회장은 "해운물류전문기업은 그동안 포스코에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수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생 발전해왔다"며 "포스코가 설립을 강행할 경우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물류전문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물류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별도 자회사 설립 대신 내부적으로 물류 전담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해총의 자문을 맡은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는 별다른 부가가치 창출 없이 해운업에 진출하는 게 되며 이는 해상 물류 기업의 매출을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화주기업, 해상기업, 항만하역기업 등이 모여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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