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압박 조치로 미중 '기술냉전' 공식 돌입"

입력 2020-05-18 15:46
수정 2020-05-18 16:43
"미국의 화웨이 압박 조치로 미중 '기술냉전' 공식 돌입"

"美, 글로벌 공급망서 中 배제…中, 핵심기술 탈미국화 박차"

中 매체 "미중, 일시적 휴전 가능하지만 전략적 충돌 불가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초강력 압박 조치로 미국과 중국이 '기술 냉전'에 들어갔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미국은 15일(현지시간) 외국 반도체 업체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에 큰 타격을 주는 조치를 내놨다.

이번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놓고 사이가 나빠진 미국과 중국을 공식적으로 장기적인 기술 냉전으로 끌고 간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의 조치로 오히려 중국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기술의 완전한 '탈(脫)미국화'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주말 사이 화웨이 임직원에 '환상을 버리고 진짜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구가 널리 공유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하기 하루 전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사전에 협의된 계획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TSMC는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인 하이실리콘을 위해 반도체를 생산하던 주된 업체였기 때문이다.

기술 싱크탱크 차이나랩의 창업자 판싱둥은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에서는 일시적인 휴전을 할 수 있지만,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아직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양국이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충돌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상무부 전날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언급한 보복 조치로는 특정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려 제재를 가하거나 퀄컴, 시스코, 애플 같은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방안 등이 될 수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애플 등에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에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미국 기술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매우 의존하기 때문에 이는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지웨이컨설팅의 한샤오민은 다른 곳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애플이 생산을 이전한다면 앞으로 2년은 신모델을 건너뛰고 바로 아이폰 14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탈미국화를 위해 자국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들이 미국 라이벌을 따라잡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추가 제재를 발표한 날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는 중국국가집적회로펀드에서 15억달러(약 1조8천50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상하이집적회로펀드에서도 7억5천만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사업을 압박하는 가운데 6G 기술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은 중국의 또 다른 통신장비업체 ZTE와 6G 네트워크 연구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도 화웨이가 6G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사용되는 데는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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