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800조원 푼다' 중국 양회 앞두고 경기부양책 윤곽

입력 2020-05-18 14:02
'최소 800조원 푼다' 중국 양회 앞두고 경기부양책 윤곽

인프라 투자 확대·특별국채 발행 등 재정정책에 초점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도…'양적완화' 수준까진 안 갈 듯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개막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당·정의 경기 부양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중국 당·정의 기존 발표와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중국은 올해 재정·통화 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에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3월 말 개최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방향을 사실상 확정했다.

정부 부문의 부채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대대적인 공공 투자를 일으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 상향 ▲ 코로나19 항전을 위한 특별 국채 발행 ▲ 인프라 투자 등 자금 조달을 위한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 확대 등이 3월 정치국 회의에서 명문화됐다.

류쿤(劉昆) 중국 재정부장은 양회 개막을 1주일 앞둔 지난 14일자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이런 방향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사회 발전이 큰 불확실성에 휩싸였고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히 커지고 있다"면서 기존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강도를 '더욱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근 반세기 만에 처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중국 안팎 기관은 대체로 중국이 올해 작년 2.8%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을 3.5%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또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목표는 작년의 2조1천500억 위안보다 커진 올해 3조 위안대 이상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발행되는 중앙정부 특별 국채가 2조 위안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수목적채권과 특별 국채 발행을 통해서 확보될 것으로 추산되는 재원만도 최소 5조위안(약 864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것만도 이미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4조위안의 경기 부양 종합 패키지의 규모를 넘어선다.

다만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가 2008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점에서 단순히 액수만 놓고 경기 부양책의 강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 정책과 더불어 경기 부양의 다른 한 축인 통화 정책도 이미 완화의 방향으로 완연히 꺾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부채 문제가 자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강도 높은 부채 감축 정책을 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완화도 긴축도 아닌 중립 수준인 '온건' 통화 정책 기조를 표명하면서도 지급준비율 인하, 정책 금리 인하를 통한 시중금리 인하 유도 등을 통해 사실상 통화 완화 정책을 펴 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렸다.

올해 코로나19라는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이 출현하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 갑자기 발생하는 위험을 말한다.

중국 당·정은 과거에는 전면적 유동성 공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중소·민영기업과 자영업자, 농민 등 취약 대상에 지원을 몰아주는 정밀한 선별적 지원을 선호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도산 기업과 실업자가 속출함에 따라 중국 당정의 마음도 한층 급해진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1분기 통화정책 집행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쓰던 '대수만관'(大水漫灌·농경지에 물을 가득 댄다)을 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들어냈다.



나아가 인민은행 책임자는 최근 관영 금융시보와 인터뷰에서 "현재는 마땅히 총부채 비율의 단계적 상승을 용인함으로써 실물 경제를 대상으로 한 신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이 2015년 10월 이후 4년 이상 동결 중인 기준금리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1년 만기 수신·대출 기준금리는 각각 1.50%, 4.35%다.

빠른 유동성 공급 확대 기조는 이미 관련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위안화 대출은 7조1천억 위안 늘어 증가액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은 서방 선진국의 양적 완화(QE) 수준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비록 초유의 위기 국면을 맞아 부채 감축이라는 기존의 핵심 경제 정책을 잠시 유예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관한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또 중국 당국은 전면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가 2008년 4조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 이후 그랬던 것처럼 주택 가격 폭등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한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샤오강(肖鋼)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궁극적으로 양적 완화를 할 때가 아니고, 필요하지도 않다"며 "재정 적자율 상향, 특별 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확대 같은 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쥔(馬駿)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관영 금융시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사는 것을 삼가야 한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제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관한 신뢰 위기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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