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베네수엘라와 교역 간섭 말라"…미국과 긴장 고조

입력 2020-05-17 17:09
이란 "베네수엘라와 교역 간섭 말라"…미국과 긴장 고조

"미, 베네수엘라행 이란 유조선에 조처 검토" 경고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반미 진영의 우방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교역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이들 반미 국가를 강력히 제재하는 미국은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이란 선박의 항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베네수엘라와 교역을 미국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3일 극심한 연료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정유 능력이 하루 31만 배럴인 카르돈 정유 시설의 재가동에 필요한 장비와 촉매제를 이란에서 받았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정치·경제적 혼란이 계속된 탓에 세계 최대의 막대한 원유를 보유하고도 정유 시설이 오래돼 휘발유와 같은 석유 제품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가 소유한 마한항공 화물기 10여대가 3월 말부터 베네수엘라 정유 시설에 필요한 물품과 기술진을 싣고 도착했다. 마한항공은 미국의 대테러 제재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달 11일 제재와 유가폭락으로 석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연료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와 인근 시리아에 석유 제품과 원유를 팔고 금, 유로화를 확보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가 4월까지 마한항공에 실어 이란에 보낸 금이 9t으로 5억 달러(약 6천억원) 어치라고 추정했다.

이어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 이란 선적 유조선이 3월 말 이란 남부 항구를 떠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대서양으로 향했다면서 이 유조선에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연료유가 실렸을 수 있고 이런 항행이 4차례 더 있었다고 13일 전했다.

유조선 추적사이트 탱커트래커스는 이들 이란 유조선 중 4척이 지중해를 지나고 있고 1척은 지브롤터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파악했다.

이란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연료, 정유 시설 장비 수송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14일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연료를 공급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라며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연료값으로 수 t의 금을 이란에 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는 데 어떤 조처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고 적정한 조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16일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독립 주권국가로서 양국의 교역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라며 "이란은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석유를 파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석유수출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도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공격당하거나 나포돼선 안된다"라며 "연료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남는 휘발유를 수출하는 것은 이란의 권리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4일 영국 해군은 지브롤터 해협에서 이란 유조선이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국인 시리아로 향한다는 이유로 45일간 억류한 적 있다. 이란은 이 억류 사건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이란 언론들은 16일 "미 해군이 함정 4척과 보잉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1대를 카리브해로 보냈다는 정보가 이란에 입수돼 혁명수비대가 이를 감시중"이라며 "미국이 해적처럼 공해에서 불안을 조성한다면 나쁜 결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브롤터 해협 나포 사건처럼 베네수엘라로 가는 이란 유조선을 미군이 억류하면 걸프 해역이나 중동에서 이란 또는 친이란 무장조직이 미국 정부·민간 자산을 보복 공격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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