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프랑스 中대사관, '트럼프 코로나19 대응' 만화로 조롱

입력 2020-05-17 15:34
주프랑스 中대사관, '트럼프 코로나19 대응' 만화로 조롱

트럼프, 각국 공조 외면했다가 미국에 화 불렀다는 내용 담겨

"中 외교관들 공격적 태도, 장기적으로 중국에 불이익" 지적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조롱하는 내용의 만화를 트위터에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17일 중국 관찰자망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트럼프는 왜 도망가는가'라는 제목의 8칸짜리 만화를 올렸다.

만화에서는 지구본 모양의 머리를 한 남성이 어깨 부근에 'COVID-19코로나19)라는 문신을 한 남성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팔씨름을 한다.

이 남성의 뒤에서는 'WHO'(세계보건기구), 'NGO'(비정부기구), 'Red Cross'(적십자사) 등의 표지가 쓰인 티셔츠를 입는 남성들이 지구본 모양 남성을 열심히 응원한다.

이는 세계 각국과 WHO 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조기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고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모양을 한 남성은 이를 바라보고 웃으면서 'Just Flu!'(단지 독감이야!)라고 외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이를 독감에 비유하며 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고 풍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WHO, NGO 등을 상징하는 남성들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생긴 남성을 의아하게 쳐다본다.

이어 코로나19를 상징하는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생긴 남성을 쫓아오자 이 남성은 'February'(2월), 'March'(3월), 'April'(4월) 등이 적힌 계단을 뛰어 올라가면서 도망간다.

계단 옆에는 'Numbers Confirmed 1,400,000'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0만 명을 넘어서 전 세계 확진자 수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한 것을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당나귀와 코끼리가 자이언트 판다에게 마구 활을 쏘다가 자기들끼리도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도 올렸다.

당나귀와 코끼리는 각각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을 상징한다.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이언트 판다로 상징되는 중국에 공격을 퍼붓다가 양당 간에도 정치적 싸움을 벌이는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이 이러한 만화 등을 올리자 온라인에서는 이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으며, "정치 선전에 불과하다", "풍자 방식이 마음에 든다" 등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지난달에도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서방의 코로나19 대응을 '느림보'라고 비판하면서 프랑스의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수용자들을 굶고 병들어 죽게 했다"고 주장해 프랑스 국민의 격한 반감을 샀다.

이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14일 루사예(盧沙野)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이러한 온라인 전쟁에 가담한 중국 외교관들을 중국의 인기 영화였던 '전랑'(戰狼·늑대 전사)에 빗대 "중국 외교관들이 '전랑식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이 아닌 미군에서 왔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의 우신보(吳心伯) 원장은 "이러한 현상은 중국 외교관들의 세대교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중국에 대한 오해와 비난에 적극적으로 맞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잔 셔크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중국의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불신의 씨앗을 뿌려 중국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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