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차로 위장해서라도…금지된 귀향길 오르는 인도네시아인들

입력 2020-05-16 12:22
견인차로 위장해서라도…금지된 귀향길 오르는 인도네시아인들

23일 라마단 끝나면 '르바란 명절' 기간에 감염자 폭증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오는 23일께 끝나면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신자들은 연간 가장 큰 명절인 '르바란'(이둘피트리)을 즐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의 춘절처럼 르바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 계기가 될까 봐 귀향을 금지했으나, 견인차까지 빌려 위장하는 등 고향에 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외곽 치카랑에서 923㎞ 떨어진 동부 자바 마두라 수메넵의 고향에 가려고 견인차를 빌려 숨어가던 여행자 8명이 지난 14일 응와위군 지역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선팅이 짙게 된 미니버스를 견인차 위에 싣고, 미니버스 안에 숨어서 고향으로 가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견인차는 600만 루피아(50만원), 미니버스는 70만 루피아(6만원)에 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탑승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출발지로 돌아가도록 조치했고, 견인차와 미니버스에는 벌금을 물렸다.

앞서 12일에는 중부 자바 스마랑에서 9명이 미니버스를 타고 고향인 응와위군으로 몰래 돌아왔다가 경찰에 적발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됐다.

응와위군 경찰 관계자는 "도시에서 일자리가 끊긴 사람들이 르바란이 다가오면서 어떻게든 고향에 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수 있으니 고향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대로 있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슬람 신자들이 한 달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은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라마단 시작과 동시에 자카르타 수도권 등 '대규모 사회적 제약'(PSBB) 적용 지역 거주민의 고향 방문(무딕)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는 귀향 금지를 위해 국내선 운항까지 전면 중단했다가 항공업계의 타격이 너무 심해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고, 대신 출장 증명서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490명 추가돼 총 1만6천496명이고, 사망자는 33명 추가돼 1천76명이다. 최근 들어 매일 400∼600여명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이 이번 주말부터 검사를 더 늘리고, 이달 말부터는 자체 생산한 진단키트까지 보급할 계획이라서 확진자 수 증가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르바란 기간이 코로나19 사태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2억7천만명 인구 가운데 87%가 이슬람 신자인 인도네시아는 르바란 기간 가족, 친인척, 이웃과 라마단 종료 축하인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며 명절 분위기를 즐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모스크에 가지 말고 집에서 기도하고, 친인척과 인사도 최소화해달라고 이슬람교 지도부와 정부에서 누누이 당부했지만, 여전히 감염자 폭증 우려가 크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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