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밴드 비틀스' 담아낸 사진작가 아스트리트 키르헤 별세
무명시절 비틀스 모습 생생하게 포착…'몹 톱' 머리 모양 영향 주기도
원년멤버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로도 알려져…영화 '백비트'서 조명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전설적 영국 밴드 비틀스의 신인시절 모습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아낸 독일 사진작가 아스트리트 키르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P·AFP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향년 81세.
키르헤의 별세 소식은 영국의 비틀스 전문 역사학자인 마크 루이슨은 이날 트위터로 키르헤가 "82세가 되기 며칠 전인 지난 13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별세했다"고 밝히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키르헤가 "비틀스에 준 선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애도를 표했다.
독일 매체 디차이트는 키르헤가 "단기간 중병을 앓다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링고 스타는 트위터에 "아름다운 사람이었던 아스트리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키르헤는 1960년 함부르크의 카이저켈러(Kaiserkeller)라는 클럽에서 당시 무명이던 비틀스의 공연을 처음 본 후 이들을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그들이 너무 멋져 보여 머릿속에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며 "단 몇 분 안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 오직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알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인 시절 비틀스는 이후 세계적으로 알려진 모습과는 다르게 검은 가죽 재킷을 즐겨 입고 머리에는 기름을 잔뜩 바른 '터프'한 이미지였다. 키르헤의 사진에는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이후 비틀스의 이미지 변신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AFP는 설명했다.
당시 그의 남자친구이자 이후 비틀스의 '리볼버' 앨범 디자인을 맡은 클라우스 부어만은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인 큰 귀를 가리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다녔는데, 이후 이 비틀스 멤버들도 머리를 비슷하게 꾸몄다.
향후 '몹톱'(mop top)으로 불린 이 머리 모양은 비틀스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키르헤는 비틀스의 원년 멤버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도 알려졌다.
그는 1960년 당시 5인조였던 비틀스의 베이시스트 스튜어트 섯클리프와 연인관계로 발전한 후 약혼했다. 섯클리프는 이듬해 함부르크 예술대학 진학을 위해 비틀스를 탈퇴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섯클리프가 이듬해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급작스럽게 끝났다. 당시 섯클리프의 나이는 21세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1994년 작 영화 '백비트'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키르헤는 2010년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섯클리프에 대해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다"면서 "지능과 예술적 감수성 측면에서 그는 다른 사람보다 몇 마일이나 앞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