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지사 가족, 자택대피령 와중 타주 여행 논란

입력 2020-05-16 09:19
미 주지사 가족, 자택대피령 와중 타주 여행 논란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부인과 딸 플로리다·위스콘신 방문 인정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주 전역에 자택대피령(Stay-at-Home Order)을 내리고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한 가운데 정작 본인 가족은 다른 주 여행을 다닌 사실이 확인됐다.

15일(현지시간) J.B.프리츠커 주지사(55·민주)는 부인 M.K.와 딸이 지난 3월부터 플로리다주에 머물다 최근 시카고로 돌아왔으며, 이후 위스콘신주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3월 21일부로 주 전역에 자택대피 행정명령을 발령했으며, 이달 말까지 재연장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프리츠커 주지사가 자택대피령 와중에 가족의 타주 여행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부인과 딸이 일리노이주에 자택대피령이 발령되기 전 플로리다주로 갔다가 최근 시카고 자택으로 돌아왔고, 위스콘신주에는 가족의 말농장이 있어 동물 관리 차원에서 방문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가족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려 한다"면서 "자택대피령 해제 요구와 관련, 나와 가족의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택대피령 해제 요구 시위대가 들고 있는 푯말의 문구에 나 개인에 대한 혐오와 잠재적 폭력 가능성이 묻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모두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나와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프리츠커는 호텔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시카고 부호가문의 유산상속자 중 한 명이다. 포브스 추정 순자산 34억 달러(약 4조 1천억 원)로, 미국 공직자 부호 순위 1위에 올라있다.

온라인 매체 '패치닷컴'은 프리츠커가 플로리다주에도 별장과 승마연습장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앞서 지난달 29일 한 지역 매체로부터 "부인과 가족이 자택대피령 와중 플로리다에 간 것이 사실인가" 라는 질문을 받고 "공직자로서의 업무는 내 가족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답하지 않겠다"고 응대했다.

그러자 공화당 측과 보수성향 단체들은 "주지사 본인의 부인이 자택대피령에 따르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지난 4일 "프리츠커 가족이 주지사 행정명령을 지키지 않는다면 주지사는 어떻게 일리노이 유권자들에게 준수를 기대할 것인가"라면서 "그러나 그는 비난을 감내하려 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일리노이주 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일 현재 8만4천698건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3번째, 사망자는 3천792명으로 6번째로 많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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