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원격의료 도입 탄력받나…의료계 '투쟁' 꺼내며 반발(종합)
기재부, '적극 검토' 입장…한시허용 전화상담 사례 '시험대'
의협·보건의료노조 등 의료계 반발…의료사고·의료 민영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청와대에 이어 기획재정부에서 원격의료 검토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원격의료 도입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해온 의료계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팽팽한 찬반 논란 속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던 원격의료 논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 상담, 처방하는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를 개선해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과 원격의료 시장 성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모멘텀이 생겼다.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전화상담·처방'이 도화선이 됐다.
전화상담은 신종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의 감염을 막는 방역 성과 중 하나로 꼽히면서 원격의료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전화상담으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외출하지 않고서도 평상시 복용하던 약물 등에 대해 의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전날 전화상담 사례를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월 24일부터 이달 10까지 전화상담 진찰료 청구 건수는 26만2천121건에 달한다. 진찰료를 청구한 의료기관은 총 3천853곳으로 상급종합병원 28곳, 종합병원 154곳, 병원급 442곳, 의원급 3천229곳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한 경북 문경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도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에 있는 의료진이 문경 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고 필요한 약 등을 처방한 진료 시스템은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동네 병·의원 등 의료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을 강행할 경우 '극단적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격의료는 국내 의료체계를 흔들 수 있는 이슈로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극단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민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일을 정부가 왜 벌이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전화상담·처방 당시부터 모니터링 수준에 불과해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해 보고, 만져보고 두드려 보는 시진, 청진, 촉진 등을 하는 것이 진료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원격의료가 허용돼 도서·벽지 등의 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혜택을 보게 되더라도 한두명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도 원격의료 도입에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보건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지거나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밀어붙이다 보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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