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 최고치인데…멕시코의 불안한 경제활동 재개

입력 2020-05-14 04:46
코로나19 신규 확진 최고치인데…멕시코의 불안한 경제활동 재개

일일 확진·사망 최고치 기록한 날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 결정

실업자 급증 등 경제충격에 봉쇄 완화 택해…미국도 가동재개 재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정부의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 방침을 놓고 환영의 목소리와 더불어 불안감도 교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길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등의 재촉 속에 섣불리 봉쇄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일부 지역과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경제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보건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12일은 멕시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모두 최고치를 찍은 날이었다.

24시간 사이 확진자는 1천997명, 사망자는 353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3만8천324명, 사망자는 3천926명이 됐다. 치명률은 10%를 넘어섰다.

멕시코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프는 여전히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다.

총 검사 건수도 확진자의 4배에 못 미치는 14만 건(월드오미터 기준)으로 여전히 적고 검사 시간도 오래 걸려, 공식 통계가 실상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경제활동 재개를 결정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가 아직 "터널 안에 있다"면서도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선 3월 말부터 비필수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음식점의 포장·배달 영업이나 슈퍼마켓, 약국 등을 제외하곤 문을 닫았다.

50일 가까이 이어진 봉쇄로 멕시코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4월에만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비공식 노동자들의 생계도 더욱 막막해졌다.

멕시코의 경제 마비는 공급사슬로 얽혀있는 북미 국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와 기업은 멕시코에 미국, 캐나다와 보조를 맞춰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을 촉구해 왔다.

크리스토퍼 랜도 주멕시코 미국대사는 지난달 트위터에 "교통사고가 두렵다고 집에만 있지는 않는다. 경제 파괴도 보건 위협"이라고 쓰는 등 직간접적으로 멕시코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과의 공급사슬이 특히 긴밀히 얽힌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이번에 필수 업종에 새로 포함돼 18일부터 가동 재개가 가능해졌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내에서도 대기업과 소상공인 할 것 없이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해왔다.

경제계 등은 이번 결정에 안도하고 있지만 보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미겔 베탕쿠르트 멕시코 공중보건회 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봉쇄를 완화하는 것과 관련해 AP통신에 "감시체계도 검사 역량도 갖춰지지 않은 지역들이다. 지금 확진자가 없다고 앞으로도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공장이 있는 푸에블라주의 루이스 미겔 바르보사 주지사는 이날 자동차 산업 재개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등 중앙과 지방 정부 간의 갈등도 예고됐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