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린 아버지 뵙게 돼 꿈같아"…남아공 교민 55명 귀국길

입력 2020-05-13 04:28
"암 걸린 아버지 뵙게 돼 꿈같아"…남아공 교민 55명 귀국길

카타르 항공 특별기 이용…각종 사연 안고 트랜짓만 20여시간, 머나먼 한국행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달 친정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비보를 받고 급하게 귀국하려던 차에 발이 묶였는데 이렇게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돼 꿈만 같아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령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던 홍모(41)씨 등 교민 55명이 12일(현지시간) 저녁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이달 1일부터 봉쇄령이 일부 완화됐지만 표를 못 구하고 희망이 없었다는 홍씨는 "특별기를 주선해 준 한국 대사관과 한인회 연합 측에 너무 감사하다"며 "강원도 홍천에 계신 아버지를 (귀국후 격리기간) 2주 후에 뵐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타르 항공 특별기(QR1368)에는 홍씨처럼 각양 사연을 가진 교민들이 탑승했다.

후임자가 일찌감치 왔지만 귀국 부임을 2개월 동안 못하던 상사 주재원, 몇 달째 현지 미사를 드리지 못하던 가톨릭 신부, 3월 말 남아공 현지 파견서 한국 본사로 발령 났으나 돌아가지 못하던 20대 후반 여성 등이 포함됐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약 120㎞ 떨어진 노스웨스트주 루스텐버그의 현지인가 사립학교 노블팜스에서 행정업무를 보는 이석영(37)씨는 학생 4명을 인솔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온라인 수업도 힘든 데다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있어 같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비행기에는 남아공뿐 아니라 이웃나라 보츠와나에서 4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와 합류한 교사 4명 등 6명도 있었다.

교사인 이빈(33)씨와 조현승(27)씨는 "교육부 산하로 보츠와나에 파견 나와 주로 수학과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쳐오다가 봉쇄령에 휴교가 되는 바람에 언제 수업을 다시 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어 돌아가게 됐다"면서 "어젯밤 9시에 국경 통과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대사관에서 받고 아침 일찍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에 모여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번 350인승 특별기에는 우리 교민들 외에 말레이시아 15명과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약 20개국 출신 300명가량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요하네스버그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주재 카타르 대사관 앞에 집결해 도로 옆에 길게 3시간 동안 수속 확인 등 대기줄을 서야 했다.



항공료는 자비 부담이다. 편도임에도 평소 카타르 항공 한국행 왕복티켓의 2배가 훌쩍 넘는 가격대(약 250만원)이지만 그래도 이 시국에 한국에 가게 되는 것이 어디냐는 마음에 표를 구했다고 한 교민은 전했다.

교민들은 이후 도하 공항에서 트랜짓 대기를 20여시간 한 후에야 14일 오전 2시 도하에서 QR858편으로 갈아타고 출발해 같은날 오후 4시5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남아공에선 지난 7일에도 일부 교민들이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귀국하려고 했지만 막판 취소되는 등 이번에 어렵사리 귀국행 비행기가 마련됐다.

남아공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새벽 3시에 보츠와나로 교민 이동편의를 위해 차량을 동원하고 남아공 한인회(회장 김맹환) 측에선 여행사 대표 등의 자원봉사로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공조를 했다.

지난 3월 말 시작된 봉쇄령 이후 여행객 등 몇 명이 소규모로 귀국길에 오른 적이 있지만 이번은 단체로 가장 많이 귀국하게 됐다.

이날 박종대 대사를 비롯해 공관원들이 대거 배웅나온 대사관 측은 오는 16일, 20일에도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등에서 약 50∼70명의 교민들을 귀국시키는 등 순차적으로 한국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프랑스인은 "한국 국민은 대사관에서 이렇게 챙겨주니 좋겠다. 프랑스 대사관에도 보여줘야겠다"면서 한국대사관에서 교민들을 위해 준비한 손 세정제, 물, 마스크 등 환송 물품을 사진 찍어가기도 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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