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윤동주 비 주변에 심은 '한일우호 상징' 무궁화 꺾여

입력 2020-05-12 15:01
日 윤동주 비 주변에 심은 '한일우호 상징' 무궁화 꺾여

기념비건립위 "나무 생명 해치는 짓 그만 하라" 호소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 저항 민족시인인 윤동주(1917~1945)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일본 교토(京都) 우지(宇治)시에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심어진 무궁화를 누군가 꺾어서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지시는 교도에 소재한 도시샤(同志社)대학에 다니던 윤 시인이 1943년 6월 대학 친구들과 함께 송별회를 한 뒤 우지천 상류의 아마가세(天ケ?)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기리기 위해 우지시 지역 주민이 중심인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가 2017년 10월 아마가세 다리와 댐 사이에 위치한 우지천 신핫코바시(新白虹橋) 기슭에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이 비 건립 2주년에 맞춰 우지시가 마련해 준 곳에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이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윤 시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무궁화 한 그루를 심었다.



식재 당시의 키가 1m를 넘은 성목인 이 무궁화를 작년 말부터 누군가 줄기와 가지를 수 차례 꺾어 놓은 것이 발견돼 건립위 측이 그때마다 응급처치를 했다고 한다.

민단 관계자는 "어떤 의도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심어 놓은 무궁화를 훼손하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건립위원회 대표인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명예교수는 11일 교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담은 비석 앞에서 나무의 생명을 해치는 짓은 그만두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안자이 대표는 "(무궁화 주변에) 주의 안내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만일 다른 견해가 있다면 말(言論)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시인은 아마가세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직후인 1943년 7월 조선독립 운동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돼 해방 전인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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