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아프리카 코로나19 대응 자구책
자체 인공호흡기·개인보호장비 등 개발 박차…미래 보건위기 대비 독립성 확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비(PPE), 손 세정제 등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 유럽 국가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글로벌 공급분을 다 사재기 한 후에 아프리카 대륙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정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선 12명의 연구원이 수만 달러나 하는 인공호흡기 대신 개당 160달러(약 20만원)밖에 안 드는 인공호흡기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이용해 녹색 백에서 공기를 튜브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네갈의 이브라히마 구에예 티에스폴리테크닉스쿨 교수는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맞는 자신들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독립성을 보여야 하고, 이 점이 큰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물자를 보통 수입하는 대륙 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자체 개발 노력이 미래 보건 위기에 좀 더 독립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희망한다.
비록 제품의 품질이 당장 미국이나 유럽만큼은 못해도 시간과 투자만 충분하다면 결국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바람이다.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선 생의학자인 빌리수마 안베세 등 자원봉사자들이 구식 인공호흡기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해외에서 1천 대 이상의 인공호흡기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워낙 수요가 높아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안베세는 "의료용 산소호흡기를 생산하는 미국과 중국 회사들은 7월까지 신규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PPE와 장갑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인들은 또 질병 예방과 감시 도구의 개발도 돕고 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는 영국 바이오기술 회사 몰로직과 함께 코로나19 신속 검사 개발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앞서 에볼라 신속 검사도 개발한 바 있다.
이들은 10분내 검진 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아프리카 전역에 이르면 6월까지 분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다카르에 있는 작업장 직원들은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보건직원용 페이스쉴드(감염 방지용 안면보호대)를 주당 1천개 정도 만들고 있다.
알코올에 기반한 손 세정제도 짐바브웨 내 '코로나19 대응 공장'으로 변모한 대학과 기술대학 교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몬 무르위라 고등교육장관은 이들 팀이 마스크, 가운, 앞치마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에서 바이러스가 정점을 찍기 전에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으나 관측통들은 이런 독창성의 장기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의 부국장인 아메드 오그웰 박사는 AP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면서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보고 있는 것이 특히 의료 공급물자 제조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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