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이슬람무장세력에 납치된 이탈리아 여성 18개월만에 생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아프리카에서 구호 활동을 하다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된 20대 이탈리아 여성이 18개월 만에 생환했다.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라노 출신인 실비아 로마노(23)는 '아프리카 밀렐레'라는 비정부 구호단체 소속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활동하던 2018년 11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이후 소말리아로 옮겨져 억류돼 있다가 지난 9일 풀려났고, 다음 날인 10일 이탈리아로 귀국했다.
로마노는 로마 참피노 공항을 통해 고국 땅을 밟으며 "운 좋게도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모두 건강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항엔 이탈리아 내각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이 직접 마중 나와 그를 환영했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납치 18개월 만에 이뤄진 로마노의 생환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현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만명 이상이 희생돼 비통함에 빠진 자국민에 한 줄기 희망을 던지는 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의 실책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탈리아 정부로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는 호재다.
콘테 총리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실비아 로마노가 무사 귀환해 매우 기쁘다"며 "정부는 항상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이탈리아 정보기관이 소말리아·터키 등 관련국 기관과 협력해 로마노의 석방을 위해 수개월 간 막후에서 긴밀하게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로마노는 억류돼 있는 동안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종교를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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