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교민들 "코로나 생활고 겪는 한인, 우리 스스로 도웁시다"
실직자 등 40여명에 라면·떡국떡·김치 '재난 키트' 전달…교민들 적극 호응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시는 교민 및 한국인들은 연락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한인들을 위해 태국 교민들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실직 등으로 수입이 끊기면서 먹거리조차 부족한 이들을 위해 조그만 성의를 모아 전달하려는 움직임에 적지 않은 교민이 호응하고 있다.
11일 태국 한인회(회장 황주연)에 따르면 한인회는 재난 수준인 이번 코로나 사태로 먹거리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식료품을 담은 이른바 '재난 키트'를 제공하는 활동을 최근 시작했다.
한인회는 태국 교민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는 온라인 대화방 등에 "힘들어하고 계신 교민분이 있으시면 한인회로 연락을 주시거나, 주변 분들이 대신 연락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난 키트'에는 라면과 떡국 떡, 김치 등 한인들에게 요긴한 식료품이 들어가 있다.
애초 쌀을 넣으려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큰 신청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가벼운 라면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한인회에 연락한 뒤 지정된 한인 식당에서 이 재난 키트를 받아 가는 방식이다.
이달 3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벌써 40명가량이 신청했다.
한인회에 따르면 재난 키트를 신청한 이들 중 다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이었다고 한다.
여행업계에 있는 한 남성은 월세는 간신히 빌려서 냈지만, 식구들의 먹거리를 마련할 방법이 막막하다며 한인회에 연락을 취해왔다.
그러면서 어린 자녀들을 고려해 라면 대신 다른 식료품으로 대신 받을 방법은 없느냐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회는 라면 대신 떡국 떡을 추가로 구매해 이 신청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한 여성은 태국 현지 업체에서 근무하다 코로나로 실직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받을 수는 없겠는지를 문의해왔다고 한다.
한인회는 상황이 어려운 한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달에 10명 정도 추가로 더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한인회의 이런 취지에 공감한 교민들도 돕겠다고 속속 나섰다.
100밧(약 3천800원)~3천밧(약 11만3천원)을 한인회에 이체하는 교민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3만 밧(약 113만원)가량의 후원금액이 모였다고 한다.
한 한인 업체는 1만2천밧 상당(약 45만원) 상당의 한국 라면 10박스도 기증했다.
일부 한인 식당은 김치 30㎏이나 파파야 무침 30박스를 담가 나눠주기로 했다. 닭강정 및 식사 쿠폰을 준비해 제공한 한인 식당도 있었다.
한인회 및 교민들의 자발적인 한인 돕기 행보에 태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모임인 상공회의소도 6월부터 적극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고 한인회 측은 전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도 한인회가 주도하고 교민들이 호응한 이번 활동의 진행 상황에 따라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태국 한인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로 관광업 못지않게 타격을 입은 식당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이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건 간에 고통스러운 시기에 해외에서 힘들어하는 한인들을 돕는 일인 만큼 더 많은 분이 조그만 정성이라도 보태주면 좋겠다"며 "이런 흐름이 커지면서 대사관은 물론 한국 정부에도 울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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