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곳곳 하루 최다 확진…이주 근로자 집단감염
사우디·UAE·쿠웨이트·오만 신규 확진 최다…광범위 검사 시행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걸프 지역(아라비아 반도)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오만 등 4개국에서 10일(현지시간) 일일 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걸프 지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확진자가 1천912명 추가돼 3만9천48명으로 늘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날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781명. 누적 1만8천198명)가 700명을 넘었고, 오만도 175명(누적 3천399명)이 증가했다.
쿠웨이트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천65명(누적 8천688명)으로 전날(415명)의 2.5배로 급증했다.
카타르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1천189명(누적 2만2천520명)을 기록해 두번째로 많았고 사흘 연속 1천명을 넘었다.
카타르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수는 7천817명으로 인구 1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바레인의 신규 확진자는 261명이 추가돼 세번째로 200명 이상을 기록했다.
10일 기준 이들 걸프 지역 6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5천383명) 합계는 처음으로 5천명이 넘었고 누적 확진자는 9만6천709명이 돼 13일 만에 배가 급증했다.
걸프 지역 국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이들 국가가 공격적으로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면서 확진자를 발견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 중에서도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카타르는 일일 검사 건수 대비 양성 판정 비율(확진율)이 30% 안팎으로 높다.
카타르 보건부는 이에 대해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 검사를 공격적으로 한다"라며 "카타르가 특히 높다기보다 지역 사회의 실제 감염 정도는 카타르의 통계치가 오히려 실제와 가깝다"라고 해석했다.
걸프 지역의 확진자 급증세는 그만큼 지역 사회 감염이 만연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국가는 사우디와 예멘을 제외하고 인구 1천만 미만의 소국이며 전체 인구 가운데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비율이 80∼90% 정도로 높은 특징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위생 환경이 열악한 단체 숙소에서 거주하고, 이곳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각국의 보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바레인 소식통은 10일 연합뉴스에 "걸프 지역의 건설 현장에서만 저임금 외국 근로자 수백만 명이 일한다"라며 "이들 집단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했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인력까지 감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타르 보건부는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기존 감염자와 밀접히 접촉한 외국인 이주 근로자로 파악됐다"라며 "이들의 단체 숙소가 아닌 일반 지역사회에서도 감염된 가족과 접촉한 사람의 접촉자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우디 보건부는 10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외국인이 65%라고 집계했다. 사우디의 외국인 비율이 38%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 걸프 지역 정부는 3월부터 외국인 이주 노동자 거주지역을 다른 지역사회와 격리했지만 봉쇄 뒤 방역 조처를 소홀히 한 탓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국 보건당국은 공격적 검사가 환진자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면서도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한 영향인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통행·영업 금지 조처를 일부 완화했고 바레인은 지난달 9일과 이달 7일 단계적으로 영업 재개를 허용했다.
반면 쿠웨이트와 오만은 24시간 통행금지령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다행히도 걸프 지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낮은 편이다.
10일 현재 치명률은 0.6%로 전 세계 평균 6.8%보다 10배 낮다.
사우디 보건부는 "보건부의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광범위한 추적 검사로 조기에 감염자를 찾아내 치료한 덕분에 치명률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또 걸프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어 이주한 외국인 근로자의 나이대가 젊은 편인 것도 치명률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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