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주택 매매 급증…'돈풀기'에 중국 부동산 '들썩'
코로나19 극복 위한 대규모 부양책 기대에 거래 증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충격을 극복하고자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주택 시장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10일 부동산 시장 분석 기관인 베이커(貝殼)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이던 지난 1∼5일 베이징시의 신규 분양 주택 거래량은 작년 노동절 연휴 때의 4.85배에 달했다.
중고주택 거래량도 급증했다.
예를 들어 노동절 연휴 첫날인 5월 1일 하루에 베이징의 중고 주택 거래량은 작년 같은 날의 배를 넘었다.
중국에서 가장 엄격한 주택 가격 억제 정책이 시행되는 베이징의 주택 거래 폭증 현상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급속히 온기가 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도 주택 거래가 활발해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선전, 항저우, 난징, 청두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몰려 신규 분양 아파트 수백채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노동절 연휴 기간 12개 중점 관찰 도시에서 작년 동기보다 77.1% 증가한 5천671채의 신규 주택이 판매됐다"며 "작년보다 뚜렷한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하고자 중국은 올해 통화와 재정 정책을 아우르는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펼칠 태세다.
시장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책이 결국 유동성 확대와 금리 인하로 이어져 주택 가격을 급등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대형 부양책을 펼쳤고 그 결과 수년에 걸쳐 주택값이 수배로 폭등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도시의 주택 가격은 서울보다 비싼 편이다.
중국은 통상 근로자들의 급여 대비 주택 가격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급여 소득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얘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정은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은 중국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투기에 가까운 주택 투자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여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선전시의 신규 주택 및 중고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0.5%, 1.6% 올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인들에게 제공된 최저 연 2%의 지원성 대출 자금 일부가 주택 구매 자금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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