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내 방식대로 코로나19 대응'에 주변국도 우려
의학저널 랜싯 "브라질 코로나19 대응 최대 위협은 대통령"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고립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남미 인접국들이 공개적으로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는 등 지역 리더십도 갈수록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브라질 뉴스포털 G1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회적 격리에 대해 국제사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지방 정부와 심각한 갈등까지 빚으면서 코로나19 대책이 헛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인접국 정상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사회적 격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면서 브라질 정부의 방역 대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이 때문에 인접국과 협조도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미에서 칠레·에콰도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의 대통령이 왜 이렇게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와 관련, 언론인이자 국제문제 전문가인 산드라 코엔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잘못된 행태와 인접국들의 반발로 브라질이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지역 리더십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은 전문가 그룹으로부터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전문 저널의 하나로 꼽히는 랜싯(The Lancet)은 최신 호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랜싯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코로나19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데 대해 "유감이지만,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라면서 "내가 메시아지만 기적을 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운데 이름인 '메시아'를 인용한 이 발언에 대해 브라질에서도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중국을 넘어섰다는 브라질 보건부 발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여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7일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전화 설문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7%·부정적 45%·보통 25%였다.
지난달 1∼3일 조사 때의 긍정적 33%·부정적 39%·보통 25%보다 더 나빠졌다.
브라질에서는 전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13만5천106명, 사망자는 9천146명 보고됐다.
하루 전과 비교해 확진자는 9천888명, 사망자는 610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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