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보고타 '성별 외출제' 이후 성전환자 증오범죄 속출

입력 2020-05-09 01:06
콜롬비아 보고타 '성별 외출제' 이후 성전환자 증오범죄 속출

성소수자 단체 "슈퍼마켓 등에서 성전환자 공격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남녀 2부제 외출을 허용한 후 성전환자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콜롬비아 성전환자 단체를 인용해 봉쇄 기간 보고타 슈퍼마켓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폭력 사건이 20건 보고됐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전 국민이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외출만 할 수 있는데, 보고타는 이 필수 외출 인원도 줄이기 위해 성별 외출제를 도입했다. 여성은 짝수일에, 남자는 홀수일에만 외출할 수 있다.

동성애자이기도 한 클라우디아 로페스 보고타 시장은 성전환자들은 생물학적 성이 아닌 성 정체성에 따라 외출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 등이 성별 증명을 요구하지도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조치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말한다.

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짝수일에 슈퍼마켓에 갔다가 "당신은 오늘 외출해선 안 된다"고 따지는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에 찔렸다. 경찰에 의해 폭력이 자행된 사례도 신고됐다.

성전환자인 줄리 살라망카는 가디언에 "보고타에선 매일 성전환자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지만 많은 사건들이 처벌 없이 넘어갔다"며 "성별 분리제도는 우리의 목숨과 안전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가 잦았다. 유럽 트랜스젠더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성전환자 살인 사건의 74%가 중남미에서 발생했다.

시민들의 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별 외출제는 파나마와 페루에서도 먼저 도입됐다.

페루는 그러나 일주일 만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 페루에서도 경찰이 성전환 여성들에게 "남자가 되고 싶다"고 외치며 스쿼트를 하게 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등 성소수자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