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유럽국가, 2차대전 종전일에 러시아 겨냥 "역사왜곡 안돼"

입력 2020-05-08 23:45
미·동유럽국가, 2차대전 종전일에 러시아 겨냥 "역사왜곡 안돼"

중·동유럽 국가들, '독소 불가침 조약'에 대한 러시아 입장 비판해와

불가침 조약후 소련, 동유럽 점령 시작…러시아의 세력 확장에 견제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폴란드 등 중·동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 기념일인 8일을 맞아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를 겨냥해 2차 세계대전 역사를 왜곡하고 타국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폴란드와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중·동유럽 9개국 외무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명의로 나왔다.

미국을 제외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 점령당한 데 이어 공산정권이 수립돼 동서 냉전 시대의 종식 전까지 사실상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국가들이다.

이번 성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폴란드 침공 및 중·동유럽 점령 등을 정당화하고 현재 동유럽으로 세력 확장 움직임을 보이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0개국 장관은 성명에서 "1945년 5월, 제2차 세계 대전은 유럽에서 끝났지만, 이것이 모든 유럽에 자유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라며 "거의 50년간 중·동부 유럽은 공산 정권이 지배하고 있었다. 발트해 국가들은 불법적으로 점령되고 합병됐고, 소련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탄압 및 이데올로기적 통제로 다른 포로 국가들을 철권 통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수많은 중·동부 유럽인들은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수백만의 사람들은 그들의 권리와 기본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고문받거나 강제 이주됐다"면서 "철의 장막 뒤의 사회단체들은 필사적으로 민주주의와 독립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10개국 장관은 "우리는 인권,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가 있는 강력하고 자유로운 유럽을 건설하고 있다. 미래는 역사적 사실과 전체주의 정권의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 위에 세워져야 한다"면서 "유럽은 2차 세계 대전 발발과 그 후유증으로 분할됐는데, 이를 야기한 역사적 사건들을 조작하려는 것은 거짓된 역사를 만들려는 유감스러운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의 안보, 안정 및 평화를 위해 주권 및 영토 보존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법과 규범을 지속해서 충실하게 준수해야 한다"면서 "2차 세계 대전의 잔인한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을 토대로, 우리는 국제사회에 세력권의 개념을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주권 국가가 동등함을 주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역사 왜곡이 세계 질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또, 리투아니아 의회는 러시아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전날 통과시켰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9년 8월 폴란드 침공을 앞둔 독일과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불리는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양국이 동유럽을 분할 점령하는 내용이다. 당시 폴란드군이 독일군의 침공에 패퇴하면서 방어 전선을 구축하는 사이 소련군은 폴란드 동부지역을 침공해 폴란드를 독일과 분할 점령했다.

이어 소련은 루마니아의 영토 일부도 할양받았고, 발트 3국을 흡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소 불가침 조약'에 대해 소련에 대한 나치 독일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며 오히려 폴란드가 나치에 협조했었다고 비판해왔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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