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비 대란' 영국, 수입 가운 40만벌 '불량'…사용 못해
"터키서 공수한 수술용가운 전량 '기준미달'…반품 협의 중"
의료진 20% "못 쓰는 보호장구 받아"…"英의료진 3분의 1이 감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명피해가 심각한 영국이 해외에서 공수한 의료용 가운 전량이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아 의료인 보호장구 공급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달 22일 공군을 동원해 터키에서 가운 40만벌을 직접 공수해왔지만 품질 문제로 창고에 쌓여 있다.
이날 영국 보건부 대변인은 수입산 가운이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느냐는 CNN의 질문에 "장비가 품질보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최전선에 공급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가운들은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가 압수해 런던 히스로공항 인근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은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0만7천명과 3만1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개인보호장비(PPE) '대란'을 겪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사협회가 최근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약 20%가 사용 불가능한 PPE를 받았다고 답할 만큼 영국 의료진들의 장비 부족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 의료진과 필수 인력은 보호장구조차 없이 코로나19와 싸우며 감염률이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18일 터키산 가운 주문 계획을 발표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가운, 마스크 등 물자의 공급이 부족한데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무척 불안할 것"이라며 정부의 수입 결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역시 지난달 29일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터키산 가운을 싣고 총 세 번 비행했다"며 "최전선 근무자들에게 해당 PPE 하나하나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당국자들이 터키산 가운이 개인보호장비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장 의료진에게 좌절감만 안긴 셈이다.
CNN은 이번 상황을 '대실패'(debacle)라고 부르며 "가운이 도착하기 전부터 당국자들이 이를 홍보해왔는데, 장비가 사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일은 부정확한 항체검사기 약 350만개와 안전하지 않은 중국산 인공호흡기 250대를 사들인 일과 마찬가지로 장비 조달에 관한 NHS의 섣부른 판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해당 가운의 반품이나 환불과 관련해 터키 측과 협상 중이라고 정부 대변인이 이날 취재진에 밝혔다.
하지만 터키 당국이나 해당 가운 제조업체는 현재까지 영국으로부터 별다른 항의를 받지 않은 상태라고 가디언이 터키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터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중이며 "터키 업체 제품과 관련해 아무도 우리에게 접근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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