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경제정상화 CDC 세부지침 배포 막아…"빛보지 못할것"

입력 2020-05-08 01:20
백악관이 경제정상화 CDC 세부지침 배포 막아…"빛보지 못할것"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건당국-백악관 갈등기류 연출 양상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보건당국이 경제 정상화에 대한 직종별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정작 백악관이 그 배포를 막았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을 다시 열기 실행 체계에 대한 지침'이라는 제목의 17쪽짜리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지난 1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CDC의 과학자들은 "이 지침은 결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와 가까운 한 인사는 AP통신에 CDC 문건은 CDC 지도부급 차원에서 일반 공개용으로 승인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코로나19 발병 상황이 지역별로 다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영역별로 활동을 어떻게 재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것을 삼가왔다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보건당국과 백악관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연이어 감지되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CDC는 6월 1일에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만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대략 3천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마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으나 백악관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TF 차원의 공식 자료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CDC가 마련했던 이 지침은 학교와 캠프, 보육시설, 종교기관, 대중교통, 회사, 식당·술집 등 공공장소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열지와 관련, 지방 당국자들에 대한 단계별 권고를 시나리오별로 세부적으로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3단계 경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지침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경제 정상화의 구체적 시기 등 실행에 대해서는 각 주지사에 일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침 및 정보의 배포를 엄격하게 통제해왔다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책임을 주에 넘겼다고 AP는 보도했다.

백악관이 경제 정상화를 독려하면서도 정작 연방정부 차원의 구체적 지침 배포를 막은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확산 등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부작용시 주 정부에 책임을 넘기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악관의 비공식 보좌 역할을 하는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많은 업종이 세부 지침이 없어 다시 열지를 못하고 있다면서 CDC의 관련 문건이 전면적으로 배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통적으로 공중 보건 위기가 닥칠 때면 일반 국민과 지역 당국자들에게 과학에 근거한 정보 및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CDC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주도해오면서 CDC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TF 멤버로 활동하긴 했지만, 브리핑 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레드필드 국장은 지난달 동절기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발병의 치명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가 브리핑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해명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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