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명 넘게 숨졌는데…마스크 안쓰는 일부 미국인 심리는
"자유 박탈·취약성 표출로 여겨…당국 메시지 혼선도 영향"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20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7만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이 있다.
상당수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 각지에서 경제활동 제한 조치 완화를 요구해온 시위대도 마찬가지다.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임상 심리학자 등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심리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선 마스크 착용을 자유의 박탈로 여기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임상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는 CNN에 "사람들은 뭘 하라고 하면 그 조치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면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아로노프 밴더빌트대 교수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영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반대파에겐 이런 일시적 지침도 너무 큰 양보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시간주에서는 최근 상점 경비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고객의 일행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마스크를 쓰는 게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데이비드 에이브럼스 뉴욕대 교수는 "일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는 것은 공포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남들에게 '겁을 먹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강함을 보여주려고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겁나는 순간이 맞다"면서 "공포는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내보이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헷갈리는 지침을 내면서 일부가 마스크 쓰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권고를 내놨다가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확산에 대응할 필요성을 고려해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며 지침을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당국자들도 마스크를 쓴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지금까지 공개석상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타나고 있다.
에이브럼스 교수는 "메시지가 모호하면 사람들은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마스크 착용이 물리적으로 불편해서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아로노프 교수는 마스크 착용을 순응해야 할 강제규정 말고 연대를 위해 필요한 행동으로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타인의 신뢰와 친절에 기대고 있으며 그것이 미국인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