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집값 장기 안정화 토대 되길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 거품 빼기에 나섰던 정부가 이번엔 도심 주택공급 확대 카드로 시장의 장기 안정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6일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 가구를 지을 택지를 추가 확보하고, 그 이후에 수도권에서 연평균 '25만 가구+α'의 주택 공급 실현을 뒷받침할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조합원 갈등이나 사업성 악화로 사업추진이 늦어지는 재개발 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해 규제를 풀어 주고, 유휴공간 재정비와 유휴부지 확보를 통해 도심의 주택공급 기반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방안에는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서 8천 가구의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는 계획도 들어 있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서울 한복판에 '미니 신도시' 하나가 들어서는 셈이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앞으로 공급할 77만 가구의 50% 이상에서 2023년까지 입주자를 모집하고 일부는 사전청약제로 조기 분양하는 등 주택 공급도 앞당긴다. 서울 집값 과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던 도심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을 해소해 올해 들어 거품이 빠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장기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가주택 고강도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12·16 부동산 대책과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의 하락세는 완연하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5주 연속 떨어졌다. 한때 자고 나면 몇천만원씩 오르던 시절과 비교할 때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럴 때 서울 도심에서 2년 안에 7만 가구를 지을 부지를 추가 확보하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면 대책이 나올 때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오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의 장기 안정화 기반이 다져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고 자족 기능도 강화된 3기 신도시 건설 계획도 이미 발표됐지만, 서울의 가까운 외곽일 뿐 서울은 아니다. 지금 사는 곳보다 환경이 나은 서울지역에 살기를 원하는 수요자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를 안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양질의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다면 서울 장기적 집값 안정화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역세권 반경을 늘려 혜택을 주기도 하고 용적률이나 주차장 설치 의무를 일부 완화해주기도 했다. 공공 임대 10% 이상을 공급하는 공공 참여 가로주택 정비사업에는 분양가 상한제도 면제한다. 공공의 참여와 규제 완화 등으로 사업성을 높여 도심 주택 공급의 활력을 넣어 주는 대신 기존 세입자에게 임대주택과 상가를 공급해 길거리로 나앉는 일이 없도록 공공성도 강화된다. 집값 폭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강남권 재건축 규제 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수익성 악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연된 사업을 빨리 시행해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규제 완화나 개발 활성화에는 투기 세력이 붙을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세우길 바란다.
공급 대책이 빠진 주택시장 안정 대책은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값 상승 억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국토부 업무 보고에서 주택공급의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실수요자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했다. 집을 투기수단 정도로 여기는 세력을 엄격히 차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실수요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모자라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다.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여 사업속도가 빠르고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 등에서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을 받기로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평가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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