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명소' 돌길에 유대인의 눈물이"
광장 보수 과정서 '유대인 묘비석' 조각 잇따라 확인
유대인 단체 "공산정권서 유대인 묘지 파괴, 석재로 활용한 증거"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체코의 옛 공산정권이 유대인 묘를 파괴, 묘비석을 도시 공사에 활용한 정황을 드러내는 포석이 여러 개 발견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프라하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자 주요 시위 장소인 바츨라프 광장 개보수 공사 과정에서 유대인 묘비 조각으로 보이는 보도 석재가 나왔다.
프라하 지역의 랍비(유대교 율법 교사)인 하임 코치는 작업자들이 파낸 일부 석재의 밑면에 히브리어 글자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사망 일자가 적혀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글자가 적혀있지 않는 돌도 표면에 광택 처리가 돼 있어 과거 묘비석으로 쓰였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대 지도자들은 이번 발견이 냉전 시기 동안 옛 체코슬로바키아를 통치한 공산주의 정권이 유대인 묘지에서 가져간 묘비석을 바츨라프 광장의 보행로 건설 사업에 사용해왔다는 추측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라하의 한 유대인 공동체 대표는 "나치 시절보다 현재의 체코 지역에서 더 많은 유대교 회당이 파괴됐다"면서 당시 자행된 '반유대 정책'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바츨라프 광장 사업에 사용된 석재 일부가 공동묘지에서 왔다는 의혹을 가장 처음 제기한 것은 프라하의 유대인 박물관장인 레오 파블라트였다.
그는 공사 중 두 개의 포장용 석재에서 묘비석을 발견한 뒤 이를 당국에 알렸고, 재개발이 시작된 이후 유대인 단체가 공사 현장을 시찰할 수 있도록 시의회의 동의를 얻었다.
일찍부터 바츨라프 광장 공사 현장에 나와 묘비석들이 발굴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코치는 "이건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며 "이 묘비석들은 약 100년 전에 사망해 이곳에 묻힌 이들의 무덤에서 나온 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태까지 소문으로만 존재했지만, 이제야 사실로 밝혀져 마치 승리한 것 같다"면서 "이곳에 유대인 묘지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묘비석들은 작은 조각으로 깨져 정확한 고인의 이름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 명은 1877년에 사망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가 한창이던 1970년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대인 지도자들은 이 비석들을 모아 프라하의 옛 유대인 묘지에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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